유족 동의 없는 소각…조선인 유골 포함 가능성 제기
일본, 조선인 170명 전사 이오토 유골 대량 소각 논란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자가 동원돼 목숨을 잃은 태평양 섬 이오토(硫黃島)에서 발굴한 유골을 대량 소각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후생노동성 당국자는 21일 한일 양국 시민단체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오토에서 전사자 유골 약 1만위(位)를 수습했으며 여기서 513개의 검체를 채취한 후 유골을 대부분 소각했다고 밝혔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이하 보추협) 등에 따르면 전쟁 중 이오토에 동원돼 목숨을 잃은 한반도 출신은 확인된 것만 170명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현대사 연구자인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 씨가 작성한 '전시(戰時) 조선인 강제노동 조사자료집-연행처 일람·전국지도·사망자 명부'(다케우치 명부)에서 확인되는 수치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오토의 전사자가 2만1천90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들 유골 절반 정도를 발굴해 검체 513개를 채취한 뒤 대부분 소각했으므로 전사자 유골 거의 절반은 유족에게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일본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후생노동성과 외무성 당국자를 만난 한일 시민단체 측은 소각이 합당한 행위인지 강한 의문을 표명했다.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유골발굴 및 수습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가마후야' 대표인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 씨는 "유족이 소각하라고 얘기한 것도 아니다"며 일방적인 소각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소각 전에 검채를 채취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DNA 감정이 안되면 나중에 다시 채취해야 하는데 유골을 소각해버리면 유골의 신원 파악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전쟁 중 이오토에 동원돼 목숨을 잃은 조선인의 유골이 함께 소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도 후생성 당국자는 이오토 전사자 중 한반도 출신자의 숫자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반응했다.

보추협 측은 다케우치 명부는 물론 야스쿠니(靖國)신사가 전사자를 합사하기 위해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확보한 명부를 확인해도 조선인 사망자 규모를 알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성의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으로는 일본 외 지역에서 발굴한 유골도 소각하지 말라는 시민단체 측의 요구에 후생성 당국자는 '일본인일 개연성이 확실하게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소각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유품 등을 토대로 DNA 감정 전에 일본인인지 아닌지를 추정해 소각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DNA 검사 없이 유골을 육안으로 보고 일본인일 개연성을 판단한다는 발상 자체가 유골 발굴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참석자로부터 쏟아졌다.

전시 유골은 출신지나 국적을 추정할 유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임으로 판단해 소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협의가 끝난 후 연합뉴스와 만난 후생성 당국자는 소각한 이오토 유골 가운데 한반도 출신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모른다"는 반응을 되풀이했다.

후생노동성·외무성 당국자와의 협의에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한국), '전몰자 유골을 가족 곁으로' 연락회(이하 일본), 가마후야 등 한일 양국 시민단체와 일본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