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또다른 유착 의혹 보도…부인인 현직 장관 보도 이후 사임

"몰타 경찰간부, 탐사기자 피살 사건 피의자와 축구보러 영국행"
2년 전 발생한 탐사기자 피살 사건의 여파로 총리까지 교체된 지중해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사건 핵심 피의자와 경찰 고위 간부 출신 사이에 또 다른 유착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현지 영어 신문인 '선데이 타임스 오브 몰타'는 19일(현지시간) 실비오 발레타 전 경찰청 차장이 재임 시절인 2018년 9월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력 기업인 요르겐 페네치와 함께 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영국 런던에 갔다고 보도했다.

갈리치아 기자는 조지프 무스카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자택 인근에서 괴한이 설치한 차량 폭발물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는 페네치가 사건의 용의 선상에 오른 상태였고, 발레타는 수사 책임자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몰타 전역을 뒤흔든 살인 사건의 피의자와 수사를 주도하는 경찰 고위 간부가 유착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발레타는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이해 충돌 문제로 수사에서 손을 뗐으며, 작년 경찰 조직을 떠났다고 한다.

"몰타 경찰간부, 탐사기자 피살 사건 피의자와 축구보러 영국행"
이번 보도에 대해 발레타는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페네치가 수사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그와 함께 해외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페네치는 작년 11월 요트를 타고 몰타를 벗어나려다 해상에서 체포했으며, 이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몰타 최대 부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페네치는 무스카트 정권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관광·에너지 사업 등을 일군 인물이다.

경찰은 페네치를 이 사건의 배후로 의심하고 있으나, 그는 자신이 아니라 무스카트 전 총리의 최측근이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갈리치아 피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아온 로런스 쿠타자르 경찰청장이 전격 사임한 가운데 경찰 고위 간부 출신까지 피의자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며 경찰 조직이 심각한 신뢰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몰타 경찰간부, 탐사기자 피살 사건 피의자와 축구보러 영국행"
이번 유착 파문은 또 한 명의 장관 사퇴로도 이어졌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의혹 보도가 나온 하루 뒤인 20일 몰타섬 북쪽 고조섬 행정을 책임진 저스틴 카루아나 장관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변호사 출신인 카루아나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발레타의 부인이다.

카루아나 장관은 사임 서한에서 "남편 일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는 항상 정직하게 살아왔다"면서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내 이름만은 지켜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3년부터 7년간 집권해온 무스카트 총리는 자신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며 국민적 비난 여론이 일자 자진 사임했으며, 그의 뒤를 이어 집권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로버트 아벨라 신임 총리가 지난 13일 취임했다.

아벨라 총리는 취임 이틀 만인 지난 15일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에 연루돼 사표를 낸 크리스 카르도나 경제장관과 콘라드 미치 관광장관 등 일부 각료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한 바 있다.

"몰타 경찰간부, 탐사기자 피살 사건 피의자와 축구보러 영국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