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47) 굴목송어·나머렉이 등 부르는 이름만 100개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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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과정·습성에 따라 다양한 명칭…배 아래 배꼽 같은 모이주머니
세포재생 간여 물질인 니아신 풍부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숭어만큼 이름이 많은 물고기가 있을까.
평안북도에서 남해안까지 지역마다 숭어를 부르는 방언 이름이 대충 잡아도 100개나 넘는다고 한다.
평북지방에서는 3월 초 꽃샘추위 때문에 무리에서 이탈돼 길을 잃고 헤매다가 잡힌 놈을 '굴목송어', 늙은 숭어는 '나머렉이'라고 부른다.
한강 하류 지방 사람들은 7월 숭어를 '게걸숭어'라고 한다.
산란 직후 뻘밭에서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전라도 영산강 변 명산에서는 성장 과정에 따라 모쟁이→모치→무글모치→댕기리→목시락→숭어라 부른다.
강진에서는 모치→동어→모쟁이→준거리→숭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숭어 생김새가 길고 빼어나 숭어(崇魚)나 수어(秀魚, 首魚)라고 불렀다.
조재삼의 '송남잡지'에는 숭어 이름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기록돼 있다.
복숭아꽃 피는 계절에 대부도에서 그물로 잡은 숭어를 맛본 중국 사신이 이름을 묻자 통역관이 수어(水魚)라고 했다.
사신이 "수어(水魚)가 아닌 물고기도 있느냐"고 비아냥거리며 반문하자, 통역관이 재빨리 "백 가지 물고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물고기여서 수어(秀魚)라고 한다"고 답하자 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을 왔다 갔다 해도 은어처럼 강 상류까지 거슬러 가지는 않는다.
초겨울 수온이 내려가면 먼바다로 나가 월동하고, 이후에는 내만 염분농도가 낮은 지역에서 4∼5년간 자란다.
몸길이 45㎝ 정도 어미가 되면 바다로 나가 산란한다.
민물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것은 주로 부화한 지 1년 정도 된 것들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는 3년생짜리도 들어온다.
숭어는 몸 아랫부분에 주판알만 한 크기로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있다.
이를 두고 배꼽이 있는 물고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은 배꼽이 아니고 유문(幽門)이라는 위(胃) 출구가 발달한 것이다.
닭 모이주머니 같다고 보면 된다.
배꼽처럼 생긴 조직이 있는 것은 숭어가 죽처럼 된 진흙인 감탕을 먹기 때문이다.
숭어는 감탕을 위 속에 저장해두고 유기물질이나 미생물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몸 밖으로 내보기 때문에 이런 배출기관이 발달했다.
숭어는 늦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며 수온이 높아지는 봄이 되면 맛이 떨어진다.
살이 오른 겨울철 숭어는 피로 해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A가 풍부하고, 껍질에는 비타민B 일종으로 세포재생에 간여하는 물질인 니아신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한방에서는 숭어가 진흙을 먹기 때문에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높게 친다.
허준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살찌게 한다"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기 때문에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했다.
황필수 방약합편에서도 "백약(百藥)을 꺼리지(忌)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 숭어 가운데는 영산강 하류 몽탄 주변에서 잡히는 것이 다른 지방산보다 그 맛이 독특하다고 한다.
단맛이 곁들여진 감칠맛이 있어 이 지역 숭어와 숭어알은 조선 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숭어는 에도(江戶)시대에 성게, 해삼 창자젓과 함께 '천하 3가지 별미'로 평가받을 만큼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숭어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그 알로 만든 '어란'은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숭어 어란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전통음식인데 염장→건조→압축→재건조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예전에는 주로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가(大家)댁에서 술안주로 사용했다.
어란은 예로부터 경기도 평택과 전남 영암이 가장 유명한 산지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영암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Tip ; 참숭어(가숭어)와 보리숭어(개숭어). 성어를 기준으로 보리숭어 덩치가 참숭어보다 크다고 보면 된다.
같은 숭어과라 얼핏보면 엇비슷한 생김새지만 자세히 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
확연히 구분되는건 눈이다.
보리숭어의 눈동자 테투리는 까맣고, 참숭어는 노란색이다.
몸값은 참숭어가 보리숭어보다 더 나간다.
부산에서는 참숭어를 밀치라 부르며 별미 횟감으로 여긴다.
/연합뉴스
세포재생 간여 물질인 니아신 풍부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숭어만큼 이름이 많은 물고기가 있을까.
평안북도에서 남해안까지 지역마다 숭어를 부르는 방언 이름이 대충 잡아도 100개나 넘는다고 한다.
평북지방에서는 3월 초 꽃샘추위 때문에 무리에서 이탈돼 길을 잃고 헤매다가 잡힌 놈을 '굴목송어', 늙은 숭어는 '나머렉이'라고 부른다.
한강 하류 지방 사람들은 7월 숭어를 '게걸숭어'라고 한다.
산란 직후 뻘밭에서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전라도 영산강 변 명산에서는 성장 과정에 따라 모쟁이→모치→무글모치→댕기리→목시락→숭어라 부른다.
강진에서는 모치→동어→모쟁이→준거리→숭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숭어 생김새가 길고 빼어나 숭어(崇魚)나 수어(秀魚, 首魚)라고 불렀다.
조재삼의 '송남잡지'에는 숭어 이름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기록돼 있다.
복숭아꽃 피는 계절에 대부도에서 그물로 잡은 숭어를 맛본 중국 사신이 이름을 묻자 통역관이 수어(水魚)라고 했다.
사신이 "수어(水魚)가 아닌 물고기도 있느냐"고 비아냥거리며 반문하자, 통역관이 재빨리 "백 가지 물고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물고기여서 수어(秀魚)라고 한다"고 답하자 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을 왔다 갔다 해도 은어처럼 강 상류까지 거슬러 가지는 않는다.
초겨울 수온이 내려가면 먼바다로 나가 월동하고, 이후에는 내만 염분농도가 낮은 지역에서 4∼5년간 자란다.
몸길이 45㎝ 정도 어미가 되면 바다로 나가 산란한다.
민물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것은 주로 부화한 지 1년 정도 된 것들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는 3년생짜리도 들어온다.
숭어는 몸 아랫부분에 주판알만 한 크기로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있다.
이를 두고 배꼽이 있는 물고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은 배꼽이 아니고 유문(幽門)이라는 위(胃) 출구가 발달한 것이다.
닭 모이주머니 같다고 보면 된다.
배꼽처럼 생긴 조직이 있는 것은 숭어가 죽처럼 된 진흙인 감탕을 먹기 때문이다.
숭어는 감탕을 위 속에 저장해두고 유기물질이나 미생물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몸 밖으로 내보기 때문에 이런 배출기관이 발달했다.
숭어는 늦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며 수온이 높아지는 봄이 되면 맛이 떨어진다.
살이 오른 겨울철 숭어는 피로 해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A가 풍부하고, 껍질에는 비타민B 일종으로 세포재생에 간여하는 물질인 니아신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한방에서는 숭어가 진흙을 먹기 때문에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높게 친다.
허준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살찌게 한다"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기 때문에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했다.
황필수 방약합편에서도 "백약(百藥)을 꺼리지(忌)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 숭어 가운데는 영산강 하류 몽탄 주변에서 잡히는 것이 다른 지방산보다 그 맛이 독특하다고 한다.
단맛이 곁들여진 감칠맛이 있어 이 지역 숭어와 숭어알은 조선 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숭어는 에도(江戶)시대에 성게, 해삼 창자젓과 함께 '천하 3가지 별미'로 평가받을 만큼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숭어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그 알로 만든 '어란'은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숭어 어란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전통음식인데 염장→건조→압축→재건조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예전에는 주로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가(大家)댁에서 술안주로 사용했다.
어란은 예로부터 경기도 평택과 전남 영암이 가장 유명한 산지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영암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Tip ; 참숭어(가숭어)와 보리숭어(개숭어). 성어를 기준으로 보리숭어 덩치가 참숭어보다 크다고 보면 된다.
같은 숭어과라 얼핏보면 엇비슷한 생김새지만 자세히 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
확연히 구분되는건 눈이다.
보리숭어의 눈동자 테투리는 까맣고, 참숭어는 노란색이다.
몸값은 참숭어가 보리숭어보다 더 나간다.
부산에서는 참숭어를 밀치라 부르며 별미 횟감으로 여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