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현장에는 거대한 주상복합빌딩 건축중
[순간포착] 용산 참사, 그날의 안타까운 기억
11년 전 서울 용산, 차가운 새벽 거대한 화염 속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는 이가 아직 많을 것 같다.

그날의 사건은 정말 참혹했고, 안타까웠다.

연합뉴스가 발행한 '불타는 철거민 농성장'이란 제목의 이 사진에는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성 중인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이 나 쓰러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이주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시위를 벌여왔다.

2009.1.20."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사진에는 당시 긴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옥상을 뒤덮은 거대한 불길과 쓰러진 망루, 어쩔 줄 몰라 하는 철거민과 컨테이너 속 경찰특공대원 등 보기만 해도 아찔한 광경이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2008년 말부터 추진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일대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을 위해 대대적인 상가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정부에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하던 철거민들은 2009년 1월 19일 용산역을 마주 보고 있던 남일당 4층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하고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철거민 단체인 전국철거민연합회가 합세한 가운데 농성자들은 건물 옥상에서 철거 용역과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으로 구슬 등을 쏘며 저항했고, 경찰은 건물을 봉쇄하고 물대포를 쐈다.

사건은 20일 아침에 발생했다.

6시 45분 경찰 특공대원들이 컨테이너에 타고 10t짜리 기중기를 통해 건물 옥상에 진입하자, 철거민들이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7시 24분께 망루에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고 옥상은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이 과정을 전부 목격하고 카메라에 담은 배재만 현 사진부장은 그날을 떠올리며 수차례 "정말 안타까웠다"고 했다.

당시 상황과 심정을 담은 글이 연합뉴스 사보 2009년 3월호에 실려 있다.

배 부장은 전날 저녁 버스가 음식점을 덮치는 사고 현장을 취재하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시위가 만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한강로라는 대로변에 위치한 점거 장소가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생각보다 진압 작전이 신속하게, 그것도 통행량이 적은 새벽 시간에 이뤄질 거란 생각에 장비를 따로 챙겨놓고 수시로 현장의 사회부 수습기자들과 연락을 취했다.

마감 뉴스를 확인하고 다음 날 취재계획서를 작성한 후 야근자 침대에 몸을 누였지만 초조함이 밀려들었고 결국 새벽 3시에 현장으로 향했다.

남일당 맞은편 3층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고 시위대 동정을 스케치하고 경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6시 10분경 경찰의 살수차 분사로 진압 작전이 시작됐다.

"정신없었죠. 맞은편 옥상에서 계속 사진을 찍고 있는데 순식간에 불길이 거세게 일어났어요.

사람들이 위로 쫓겨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옴짝달싹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밖으로 대피한 철거민과 가족들이 "안에 사람이 있다"며 울부짖으며 절규했어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
여섯 명이 목숨을 잃은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지금 용산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거대한 주상복합빌딩이 건축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