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의 건강식품업체 이융탕 직원 5000여 명이 인센티브(직원 보상) 관광으로 방한해 지난 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연합뉴스
중국 선양의 건강식품업체 이융탕 직원 5000여 명이 인센티브(직원 보상) 관광으로 방한해 지난 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3년 만에 풀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언급됐다. 시 주석은 올해 방한하면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과 한류상품의 중국 내 소비를 제한하는 조치인 한한령 해제를 선물로 갖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 여행 면세점 화장품 게임 등의 기업들이 그간 위축됐던 사업을 다시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새해 들어 늘어난 중국 단체관광

중국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은 최근 ‘태국+한국 4박5일’ 단체관광 상품을 내놨다. 태국 방콕을 거쳐 서울 한옥마을, 면세점 등을 들르는 상품이다. 태국이 끼어 있긴 하지만 한국 방문이 핵심이다.

이 회사는 해당 상품의 주목도가 너무 커지자 이날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중국의 한 국영 여행사도 지난주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내렸다.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 관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간보기’ 상품을 통해 시장과 정부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게 관광업계의 해석이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2017년 3월 한한령을 발동했다.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사라졌고 중국 내에서 한류 드라마와 영화, 게임 등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 당국은 2018년부터 찔끔찔끔 한한령을 풀고 있다. 2018년 8월 상하이시가 오프라인을 통한 한국 단체관광 모집을 허용했다. 이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 산둥성 등 6개 성과 직할시로 확대됐다. 하지만 중국인 다수가 이용하는 씨트립 등 온라인 여행사에 대한 금지령은 아직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대규모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됐다. 지난 8~13일 중국 선양에 본사를 둔 건강식품업체 이융탕이 인천과 서울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인센티브(직원 보상) 관광을 진행했다. 임직원 5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는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단일회사 관광으로 최대 규모였다.

또 3500명 규모의 중국 초·중학생이 다음달 초까지 7회에 걸쳐 4박5일 일정의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체 중국인 방한 수학여행 규모(4100명)에 육박한다.

24~30일인 중국의 춘제(설) 연휴가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여행사들이 춘제에 맞춘 한국 관광상품을 준비하면서 항공권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류도 살아나나

한한령 해제 여부에 면세점, 화장품, 게임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000여 명의 이융탕 직원은 조별로 서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을 방문했다. 지난해까지 인센티브 관광에서 배제됐던 롯데면세점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中기업 5000명 단체관광 이어 초중고생 3500명 수학여행까지…한한령 3년 만에 풀리나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한화와 두산은 면세점 사업을 접었고, 지난해 11월 관세청 면세특허 다섯 곳 입찰에는 현대백화점만 참여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산업도 한한령 해제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중국은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회사에 신규 서비스 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 한국의 대중국 게임 수출은 2017년 4조원에 육박했지만 2018년 20%가량 급감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게임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어서 한한령 해제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중국 방송 및 광고 출연, 공연 등도 재개될 수 있다. 한·일 경제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도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하면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중 정부는 지난해 양국 항공사에 150여 개 노선의 운수권을 새로 배분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항공업 보호를 내세워 2014년부터 한·중 노선 신규 개설을 중단했고 2017년부터는 부정기편도 금지했다. 실적 악화를 호소하는 자국 항공사들을 위해 지난해 운수권을 새로 내놓은 만큼 한한령도 조만간 풀릴 것으로 항공업계는 예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