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 재판부 "영장 속 '압수 물건', 엄격 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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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두고 '세밀한 다툼' 벌어지는 사법농단 사건서 영향 주목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유해용(54)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1심 재판부는 13일 검찰의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 절차와 관련해서도 일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여러 건이 진행 중인 사법농단 관련 재판 곳곳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의 신빙성을 두고 세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법원의 판단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일부는 적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검찰이 2018년 9월 5일 유 전 수석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당시 법원은 유 전 수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검색어를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영장에는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지목된 사건의 법원 사건번호인 '2015후2204', 혹은 '15후2204'를 입력할 수 있다고 기재됐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이 검색어로 자료가 나오지 않자 '2204'를 검색어로 입력했다.
그러자 모니터에 파일 리스트가 나타났고, 그 화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증거로 삼았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 그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려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정신에 비춰 볼 때, 법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해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유추 해석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검찰이 모니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에게 받은 진술, 이들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문건 등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받은 2차 증거라며 그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수석의 첫 번째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중 일부 내용도 '특신 상태(진술이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밝혀진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이유와 함께 공개 소환을 당한 유 전 수석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고 변호인의 메모까지 제한되면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는 데다, 검사의 집중 추궁에 상황을 모면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함께 언급했다.
/연합뉴스
여러 건이 진행 중인 사법농단 관련 재판 곳곳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의 신빙성을 두고 세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법원의 판단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일부는 적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검찰이 2018년 9월 5일 유 전 수석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당시 법원은 유 전 수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검색어를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영장에는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지목된 사건의 법원 사건번호인 '2015후2204', 혹은 '15후2204'를 입력할 수 있다고 기재됐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이 검색어로 자료가 나오지 않자 '2204'를 검색어로 입력했다.
그러자 모니터에 파일 리스트가 나타났고, 그 화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증거로 삼았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 그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려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정신에 비춰 볼 때, 법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해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유추 해석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검찰이 모니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에게 받은 진술, 이들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문건 등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받은 2차 증거라며 그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수석의 첫 번째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중 일부 내용도 '특신 상태(진술이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밝혀진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이유와 함께 공개 소환을 당한 유 전 수석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고 변호인의 메모까지 제한되면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는 데다, 검사의 집중 추궁에 상황을 모면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함께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