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종가 기준 6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액면분할 이전 주가로 300만원을 달성한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710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은 초입 단계에 불과하다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3,000,000원 시대…새 역사 썼다
사상 최고가 경신 이어져

삼성전자는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원(0.84%) 오른 6만원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도 848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4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이 상승한 데 이어 최근 D램 가격 반등도 기대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32GB) 기준 지난해 12월 평균 계약가격은 106달러로 11월과 같다.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가 멈췄다. 최저 계약가격은 98달러에서 100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요가 줄어들자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를 감산하고 비메모리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서버용 D램 수요 증가세가 확연해지고 있다”며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모바일 D램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라인을 이미지센서(CIS)로 전환할 계획이라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본 낸드기업인 키옥시아(도시바 반도체) 공장에서 불이 난 것도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6월 정전으로 3개월간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실적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9조4898억원으로 1개월 전 전망치(37조5296억원)보다 5.2% 늘어났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은 이미 지난해 3분기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시작했고, D램은 올해 1분기 말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메모리 부문 이익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4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여전하다”며 목표주가로 7만4000원을 제시했다.

‘더 갈까?’ 펀드매니저들도 고민

반도체 투톱 중 하나인 SK하이닉스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600원(1.62%) 오른 10만500원에 마감했다. 장중 10만1000원까지 오르며 2001년 2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세철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연구원은 “서버 D램 가격이 바닥을 잡는 가운데 게임기 등에 쓰이는 그래픽 D램 수요도 늘고 있다”며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의 정전으로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를 담지 못했던 펀드매니저들의 수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제 와서 사자니 비싸고, 담지 않으면 펀드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오를수록 펀드수익률이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반도체 장비, 소재주 등 삼성전자와 함께 가는 종목을 찾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