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기획]②상고심에 슬며시 들어온 前대법관…'도장값'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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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 1천61건서 대법관출신 참여 23건, 그중 19건 상고심에만 이름
상고심 명단에 이름만 올렸는데 5할 승률…수임료 수천만원 추정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후배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상고심 사건의 변호사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가는 이른바 '전직 대법원 도장값' 관행이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은 일반적인 전관 변호사나 비(非) 전관 변호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이 법원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한 2015년 이후 대법원 판결 중 심리불속행 결정이 난 산업재해 사건 802건과 공정거래 사건 259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산업재해 사건 6건과 공정거래 사건 17건 등 총 23건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9건(82.61%)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1, 2심 단계에서는 참여하지 않다가 상고심 단계에서 대리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재해 사건에서 5건, 공정거래 사건에서 14건이었다.
전직 대법관 도장값 관행이 상당 부분 근거 있는 지적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의 승소율도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높았다.
산업재해 사건 6건 중에서 3건을 승소했고, 공정거래 사건 17건에서도 8건을 승소해 각각 50.0%와 47.06%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의 승소율은 물론, 대법관을 포함한 전체 전관 변호사들의 승소율을 웃도는 수치였다.
공정거래 사건에서 비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은 30.61%,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은 43.75%였다.
산업재해 사건에서는 비전관 변호사가 18.47%, 전관 변호사가 17.74%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현행 '상고심절차 특례법'은 하급심 판결이 헌법이나 대법원 판례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이 별도의 재판 절차 없이 당사자의 상고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인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상고심이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결정될 경우 상고심 대리인 명단에 그저 이름을 올리는 대가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경우 건당 1천만원이 넘는 수임료를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 소송처럼 소송액이 최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사건의 경우엔 상고심 대리인 명단에 이름만 올리고도 수천만 원에서 1억원 가까운 수임료는 챙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법원장급 이상 출신 전관 변호사의 형사사건 건당 수임료는 평균 1천409만원이었다.
실제 사례의 판결 과정을 들여다보면 '도장값' 관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건축자재 제조업체인 A사는 2012년 9월 근로복지공단이 자사 소속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자 법원에 불복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패했지만 2심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 로펌의 변호사 4명을 추가로 투입해 승소했다.
1심에서 승소했다가 예상치 못한 패소 결과를 받은 공단이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에 A사를 대리한 로펌은 소속 변호사 중 대법관 출신의 법조계 원로 이 모 변호사를 상고심 대리인 명단에 추가하는 수로 대응했다.
대법원은 1, 2심 판단이 엇갈릴 정도로 쟁점이 첨예했던 이 사건을 접수한 지 3개월 만에 '상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했다.
상고심 단계에서 별다른 변론 과정도 없이 A사의 승소가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13일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사건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대법원에 상고된 사건에 이름만 올리는 것은 법조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표] 전직 대법관 출신 변호사 상고심 참여 및 승소여부
┌────┬────────────┬───────────┬───────┐
│ │대리인 │하급심 참여여부 │승소여부 │
├────┼────────────┼───────────┼───────┤
│공정거래│고○○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 사건(총├────────────┼───────────┼───────┤
│ 17건) │김●●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김◇◇ 전 대법관 │참여 │패소 │
│ ├────────────┼───────────┼───────┤
│ │박◆◆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 │ ├───────────┼───────┤
│ │ │미참 │패소 │
│ ├────────────┼───────────┼───────┤
│ │서□□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 │ │미참 │패소 │
│ ├────────────┼───────────┼───────┤
│ │손■■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 │ │미참 │패소 │
│ │ ├───────────┼───────┤
│ │ │미참 │패소 │
│ │ ├───────────┼───────┤
│ │ │미참 │패소 │
│ ├────────────┼───────────┼───────┤
│ │신△△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유▲▲ 전 대법관 │참여 │승소 │
│ ├────────────┼───────────┼───────┤
│ │이▼▼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차☆☆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 │ │미참 │패소 │
│ │ ├───────────┼───────┤
│ │ │참여 │승소 │
├────┼────────────┼───────────┼───────┤
│산업재해│김●●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 사건(총├────────────┼───────────┼───────┤
│ 6건) │김★★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박◆◆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 │ │참여 │패소 │
│ ├────────────┼───────────┼───────┤
│ │손■■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 ├────────────┼───────────┼───────┤
│ │이▼▼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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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상고심 명단에 이름만 올렸는데 5할 승률…수임료 수천만원 추정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후배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상고심 사건의 변호사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가는 이른바 '전직 대법원 도장값' 관행이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은 일반적인 전관 변호사나 비(非) 전관 변호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이 법원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한 2015년 이후 대법원 판결 중 심리불속행 결정이 난 산업재해 사건 802건과 공정거래 사건 259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산업재해 사건 6건과 공정거래 사건 17건 등 총 23건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9건(82.61%)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1, 2심 단계에서는 참여하지 않다가 상고심 단계에서 대리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재해 사건에서 5건, 공정거래 사건에서 14건이었다.
전직 대법관 도장값 관행이 상당 부분 근거 있는 지적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의 승소율도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높았다.
산업재해 사건 6건 중에서 3건을 승소했고, 공정거래 사건 17건에서도 8건을 승소해 각각 50.0%와 47.06%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의 승소율은 물론, 대법관을 포함한 전체 전관 변호사들의 승소율을 웃도는 수치였다.
공정거래 사건에서 비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은 30.61%, 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은 43.75%였다.
산업재해 사건에서는 비전관 변호사가 18.47%, 전관 변호사가 17.74%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현행 '상고심절차 특례법'은 하급심 판결이 헌법이나 대법원 판례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이 별도의 재판 절차 없이 당사자의 상고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인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상고심이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결정될 경우 상고심 대리인 명단에 그저 이름을 올리는 대가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경우 건당 1천만원이 넘는 수임료를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공정거래 소송처럼 소송액이 최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사건의 경우엔 상고심 대리인 명단에 이름만 올리고도 수천만 원에서 1억원 가까운 수임료는 챙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법원장급 이상 출신 전관 변호사의 형사사건 건당 수임료는 평균 1천409만원이었다.
실제 사례의 판결 과정을 들여다보면 '도장값' 관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건축자재 제조업체인 A사는 2012년 9월 근로복지공단이 자사 소속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자 법원에 불복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패했지만 2심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 로펌의 변호사 4명을 추가로 투입해 승소했다.
1심에서 승소했다가 예상치 못한 패소 결과를 받은 공단이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에 A사를 대리한 로펌은 소속 변호사 중 대법관 출신의 법조계 원로 이 모 변호사를 상고심 대리인 명단에 추가하는 수로 대응했다.
대법원은 1, 2심 판단이 엇갈릴 정도로 쟁점이 첨예했던 이 사건을 접수한 지 3개월 만에 '상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했다.
상고심 단계에서 별다른 변론 과정도 없이 A사의 승소가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13일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사건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대법원에 상고된 사건에 이름만 올리는 것은 법조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표] 전직 대법관 출신 변호사 상고심 참여 및 승소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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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인 │하급심 참여여부 │승소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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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고○○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 사건(총├────────────┼───────────┼───────┤
│ 17건) │김●●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김◇◇ 전 대법관 │참여 │패소 │
│ ├────────────┼───────────┼───────┤
│ │박◆◆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 │ ├───────────┼───────┤
│ │ │미참 │패소 │
│ ├────────────┼───────────┼───────┤
│ │서□□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 │ │미참 │패소 │
│ ├────────────┼───────────┼───────┤
│ │손■■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 │ │미참 │패소 │
│ │ ├───────────┼───────┤
│ │ │미참 │패소 │
│ │ ├───────────┼───────┤
│ │ │미참 │패소 │
│ ├────────────┼───────────┼───────┤
│ │신△△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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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전 대법관 │참여 │승소 │
│ ├────────────┼───────────┼───────┤
│ │이▼▼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차☆☆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 │ ├───────────┼───────┤
│ │ │미참 │패소 │
│ │ ├───────────┼───────┤
│ │ │참여 │승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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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김●●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 사건(총├────────────┼───────────┼───────┤
│ 6건) │김★★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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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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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 │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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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전 대법관 │미참 │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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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 대법관 │미참 │승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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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