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Abroad] 탄자니아 ③ 세계 최대의 분화구 응고롱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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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남쪽에는 세계 최대 화산 분화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역이 있다.
응고롱고로는 200만 년 전 킬리만자로보다 높고 큰 산이였다고 한다.
이 산이 화산 작용으로 붕괴하면서 넓이가 8천300㎢에 이르는 대평원이 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잘 보존된 분화구 중 하나로, 아프리카에서 포유류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얼룩말과 사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이 산다.
◇ 세렝게티로 가는 길목
응고롱고로라는 말은 소 목에 단 워낭의 탄자니아 의성어다.
응고롱고로는 원래 세렝게티의 일부였지만 이곳에 살던 마사이족은 그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까지 넘보게 됐다.
게다가 마사이족은 양, 소, 당나귀 등을 기르며 생활하는 유목민이다.
적게는 수십,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의 가축을 몰고 다니는 이들 탓에 야생동물과 서식지 경쟁이 심해졌다.
이에 탄자니아 정부는 1959년 응고롱고로를 세렝게티에서 분리했다.
지금도 5만 명 이상의 마사이족이 이 지역에서 가축을 기르며 생활한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세렝게티를 가려면 아루샤에 이어 반드시 응고롱고로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세렝게티에서 나오면 다시 응고롱고로를 가게 된다.
처음 들렀을 때는 아루샤에서 세렝게티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서다.
바닥으로부터 600m 위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곳은 분화구 지름만 약 20km나 돼 한눈에 전망이 다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푸르른 초지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 꿈만 같던 이틀을 보낸 뒤 세렝게티를 떠나는 길. 가끔 보이던 나무와 수풀은 갈수록 점점 줄어든다.
세렝게티를 벗어나니 누렇게 마른 초지만 끝없이 이어진 지역이 나타난다.
초지 뒤로 수평선이 펼쳐진다.
태어날 때부터 주위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랐던 한국 사람 눈에는 신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수평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이다.
처음 봤을 때는 전망대에서 전경만 바라봤는데 이번에는 아래로 내려가 응고롱고로의 진수를 맛볼 차례다.
이틀 동안 세렝게티에서 수평선만 바라보다 보니 이번에는 높은 고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이렇게 적응력이 빠른 동물인가 보다.
응고롱고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뒤로하고 분화구가 만든 거대한 분지로 내려갔다.
신이 창조한 또 다른 세계와의 조우다.
세렝게티의 초지와 비교해, 응고롱고로의 초지는 푸르르기 이를 데 없다.
응고롱고로가 물이 풍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언덕 위에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버펄로 떼를 만났다.
버펄로 떼를 거치고 나니 누 떼가 이동한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그런 대규모 이동은 볼 수 없었지만, 길게 줄을 지어 이동하는 누 떼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누 떼의 이동에 정신을 잃고 바라보다 뒤늦게 앞차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후다닥 따라붙었는데 그쪽엔 일행 차량 외에도 20여대의 차량이 한 곳에 밀집돼 있었다.
코뿔소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둘러 망원렌즈를 꺼냈다.
잠시 후 콩알만큼 작은 크기로 코뿔소가 파인더에 잡혔다.
육중한 몸이 멀리서 봐도 쿵쿵거리며 걷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응고롱고로에서 다섯마리 밖에 없다는 그 코뿔소 가운데 한 마리다.
앞차에 탄 사람들은 코뿔소를 제대로 봤다며 콧노래를 부른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꿀맛 같은 부시 런치
응고롱고로에서 가장 멋진 일은 부시 런치(Bush Lunch)를 맛본 것이었다.
야생동물들이 어슬렁거리는 아웃도어에서 맛보는 '부시 런치'는 꿀맛 같다.
응고롱고로 한쪽으로 가니 커다란 나무 아래 식탁이 마련돼 있다.
자리에는 '프라이빗 피크닉'이라는 표시가 있다.
고급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예약이 필수인데 가격이 상당하다.
이 자리는 탄자니아의 가장 큰 여행사 중 하나인 자라(Zara)사 소유다.
그래서 자라 고객들만 이곳에서 식사할 수 있다.
이 자리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퍼블릭 피크닉' 자리를 이용하면 된다.
이미 한 무리의 서양인들이 식탁 위에서 멋진 모습으로 식사하고 있다.
물어보니 독일의 쾰른 지역에서 왔다고 한다.
사륜구동 차량이 여러 대 멈춰서 있는 자리 앞에는 조리된 음식이 준비돼 있었다.
메뉴를 보니 모두 한국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들이다.
쌀밥과 볶음밥, 양념이 된 생선과 심지어는 양념이 된 나물도 있다.
쌀밥을 주로 먹는 탄자니아인의 메뉴는 우리 입맛에도 꼭 맞는다.
여유로운 점심을 마치고 응고롱고로를 떠났다.
보고 즐길 것이 너무 많은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시 온다면 반드시 응고롱고로에서 숙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Information
[음식]
탄자니아의 주식은 우갈리(Ugali)와 쌀이다.
우갈리는 우리나라에서 밀가루로 풀을 쑤듯이 옥수숫가루를 냄비나 솥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열을 가해 찰기가 생기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다 쇠고기나 닭고기 요리, 튀긴 생선 등을 곁들여 먹는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쌀도 주식으로 한다.
동남아시아나 다른 아프리카 쌀과 달리, 탄자니아의 쌀은 우리나라 쌀처럼 차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통신]
여행자들은 비용이 저렴한 현지 유심(U-Sim)카드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탄자니아는 유심 카드의 가입 절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불편하다.
10일 동안 양쪽을 번갈아 써본 결과, 국내 통신사 로밍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응고롱고로는 200만 년 전 킬리만자로보다 높고 큰 산이였다고 한다.
이 산이 화산 작용으로 붕괴하면서 넓이가 8천300㎢에 이르는 대평원이 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잘 보존된 분화구 중 하나로, 아프리카에서 포유류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얼룩말과 사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이 산다.
◇ 세렝게티로 가는 길목
응고롱고로라는 말은 소 목에 단 워낭의 탄자니아 의성어다.
응고롱고로는 원래 세렝게티의 일부였지만 이곳에 살던 마사이족은 그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까지 넘보게 됐다.
게다가 마사이족은 양, 소, 당나귀 등을 기르며 생활하는 유목민이다.
적게는 수십,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의 가축을 몰고 다니는 이들 탓에 야생동물과 서식지 경쟁이 심해졌다.
이에 탄자니아 정부는 1959년 응고롱고로를 세렝게티에서 분리했다.
지금도 5만 명 이상의 마사이족이 이 지역에서 가축을 기르며 생활한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세렝게티를 가려면 아루샤에 이어 반드시 응고롱고로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세렝게티에서 나오면 다시 응고롱고로를 가게 된다.
처음 들렀을 때는 아루샤에서 세렝게티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서다.
바닥으로부터 600m 위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곳은 분화구 지름만 약 20km나 돼 한눈에 전망이 다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푸르른 초지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 꿈만 같던 이틀을 보낸 뒤 세렝게티를 떠나는 길. 가끔 보이던 나무와 수풀은 갈수록 점점 줄어든다.
세렝게티를 벗어나니 누렇게 마른 초지만 끝없이 이어진 지역이 나타난다.
초지 뒤로 수평선이 펼쳐진다.
태어날 때부터 주위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랐던 한국 사람 눈에는 신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수평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이다.
처음 봤을 때는 전망대에서 전경만 바라봤는데 이번에는 아래로 내려가 응고롱고로의 진수를 맛볼 차례다.
이틀 동안 세렝게티에서 수평선만 바라보다 보니 이번에는 높은 고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이렇게 적응력이 빠른 동물인가 보다.
응고롱고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뒤로하고 분화구가 만든 거대한 분지로 내려갔다.
신이 창조한 또 다른 세계와의 조우다.
세렝게티의 초지와 비교해, 응고롱고로의 초지는 푸르르기 이를 데 없다.
응고롱고로가 물이 풍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언덕 위에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버펄로 떼를 만났다.
버펄로 떼를 거치고 나니 누 떼가 이동한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그런 대규모 이동은 볼 수 없었지만, 길게 줄을 지어 이동하는 누 떼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누 떼의 이동에 정신을 잃고 바라보다 뒤늦게 앞차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후다닥 따라붙었는데 그쪽엔 일행 차량 외에도 20여대의 차량이 한 곳에 밀집돼 있었다.
코뿔소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둘러 망원렌즈를 꺼냈다.
잠시 후 콩알만큼 작은 크기로 코뿔소가 파인더에 잡혔다.
육중한 몸이 멀리서 봐도 쿵쿵거리며 걷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응고롱고로에서 다섯마리 밖에 없다는 그 코뿔소 가운데 한 마리다.
앞차에 탄 사람들은 코뿔소를 제대로 봤다며 콧노래를 부른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꿀맛 같은 부시 런치
응고롱고로에서 가장 멋진 일은 부시 런치(Bush Lunch)를 맛본 것이었다.
야생동물들이 어슬렁거리는 아웃도어에서 맛보는 '부시 런치'는 꿀맛 같다.
응고롱고로 한쪽으로 가니 커다란 나무 아래 식탁이 마련돼 있다.
자리에는 '프라이빗 피크닉'이라는 표시가 있다.
고급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예약이 필수인데 가격이 상당하다.
이 자리는 탄자니아의 가장 큰 여행사 중 하나인 자라(Zara)사 소유다.
그래서 자라 고객들만 이곳에서 식사할 수 있다.
이 자리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퍼블릭 피크닉' 자리를 이용하면 된다.
이미 한 무리의 서양인들이 식탁 위에서 멋진 모습으로 식사하고 있다.
물어보니 독일의 쾰른 지역에서 왔다고 한다.
사륜구동 차량이 여러 대 멈춰서 있는 자리 앞에는 조리된 음식이 준비돼 있었다.
메뉴를 보니 모두 한국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들이다.
쌀밥과 볶음밥, 양념이 된 생선과 심지어는 양념이 된 나물도 있다.
쌀밥을 주로 먹는 탄자니아인의 메뉴는 우리 입맛에도 꼭 맞는다.
여유로운 점심을 마치고 응고롱고로를 떠났다.
보고 즐길 것이 너무 많은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시 온다면 반드시 응고롱고로에서 숙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Information
[음식]
탄자니아의 주식은 우갈리(Ugali)와 쌀이다.
우갈리는 우리나라에서 밀가루로 풀을 쑤듯이 옥수숫가루를 냄비나 솥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열을 가해 찰기가 생기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다 쇠고기나 닭고기 요리, 튀긴 생선 등을 곁들여 먹는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쌀도 주식으로 한다.
동남아시아나 다른 아프리카 쌀과 달리, 탄자니아의 쌀은 우리나라 쌀처럼 차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통신]
여행자들은 비용이 저렴한 현지 유심(U-Sim)카드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탄자니아는 유심 카드의 가입 절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불편하다.
10일 동안 양쪽을 번갈아 써본 결과, 국내 통신사 로밍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