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생존율 낮은 '소세포폐암', 면역항암제 맞춤치료 성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폐암 15%는 수술 어려운 소세포폐암…30년간 치료에 획기적 진전 없어
면역항암제 치료 이제 시작 단계…환자 치료지침 만들어야
지난해 한국에서는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과를 두고 큰 논란이 있었다.
발단은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 티펜스씨가 올린 유튜브 영상이었다.
그는 이 영상에서 "2016년 8월 '소세포폐암'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펜벤다졸을 복용한 이후 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소식은 오클라호마 지역 방송의 뉴스를 타고 세계 곳곳에 급속도로 퍼졌다.
이 중에서도 반향이 가장 컸던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의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펜벤다졸류의 동물 구충제를 이용한 '자가 암 치료'가 유행했고, 급기야 한때는 이들 구충제가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펜벤다졸로 폐암을 치료했다고 주장한 조 티펜스씨가 그 이전에 폐암 치료 목적으로 '면역항암제'를 복용했던 게 밝혀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됐다.
그의 폐암이 치료된 게 면역항암제의 효과인지, 펜벤다졸의 효과인지 불분명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폐암은 사실 다른 어떤 암보다 치료제가 앞서가는 분야다.
그러나 폐암 중에서도 지난 30년간 치료법이 변하지 않는 암이 있는데, 바로 '소세포폐암'이다.
일반적으로 폐암이라고 하면 수술을 해야 하는 '비소세포폐암'을 떠올린다.
비소세포암은 암세포 크기가 작지 않은 것으로, 폐암의 약 85%를 차지한다.
기관지에 주로 생기는 편평상피세포암, 폐에 많이 생기는 선암, 대세포암 등이 이에 속한다.
나머지 15%가량이 수술 치료가 어려운 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된다.
소세포폐암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많이 생기고 병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초기라도 수술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때문에 항암제와 방사선이 주 치료법이다.
소세포폐암은 주로 기도에 생기는데, 림프관이나 혈관을 타고 전이되기 쉽다.
특히 뇌에 전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진단 당시 뇌 전이가 없더라도 예방적으로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세포폐암은 처음에는 항암치료 효과가 매우 좋다.
항암치료 1∼2차에 약효가 없는 환자가 흔치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계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주사를 맞을수록 좋아지기보다는 4차 항암치료 뒤엔 암 상태가 제자리걸음이고, 6차까지 항암치료를 하다 보면 병이 더 악화하기도 한다.
더욱이 소세포폐암의 항암치료는 면역력도 떨어지고, 탈모·구토 등 기존에 알려진 부작용이 대부분 나타난다.
이 때문에 소세포폐암의 5년 생존율은 비소세포폐암의 6.5%에 머물고 있다.
이런 소세포암에 최근 2∼3년 사이 새로운 치료의 전기가 마련됐다.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고, 면역항암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소세포폐암이라고 하면 모두 같은 병으로 생각하고 동일한 방법으로 치료했다면, 이제는 비소세포폐암처럼 정밀의학 혹은 개발맞춤형 치료가 시도되는 것이다.
특히 2012년께부터 소세포폐암에 관한 적극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한 가지 병인 줄 알았던 소세포폐암의 30% 정도는 나머지 70%와 많이 다른 유전형이고, 항암치료 반응도 다르다는 점이 규명됐다.
또 소세포폐암이 4가지 이상의 형태로 구분이 된다는 점 등도 새롭게 밝혀진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항암제에 효과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던 10% 정도의 환자에게는 비소세포폐암처럼 면역항암제가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더욱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2018년과 2019년에 연이어 면역·항암 동시 치료제가 개발되는 성과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옵디보, 키투르다, 임핀지, 티센트릭, 여보이 등이다.
이들 면역함암제는 암세포가 내보낸 'PDL-1' 단백질의 면역세포 결합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면역세포 기능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이들 먼역항암제는 비소세소폐암처럼 항암치료제를 병합해 치료함으로써 부작용은 가중되지 않으면서 효과는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다.
면역·항암 동시치료법도 아직은 비소세포폐암에서만큼 효과가 큰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시도했던 표적치료제 임상시험들은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지만 소세포폐암에 관해 좀 더 많은 유전학적 정보들이 쌓여가고 있고, 연구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세포폐암의 '환자 유래 암조직 이식'(patient derived xenograft) 동물모델이 속속 만들어지는 점 등은 향후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의사로서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새 치료법에 거는 기대
소세포폐암 환자들이 처음 항암치료를 받으면 예상치 못한 효과에 '이렇게 좋아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반년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걸 알려야 할 때쯤이면, 마음이 정말 무겁다.
처음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 의료진들은 치료 경과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치료 시작 2∼3주면 좋아지지만, 반년 뒤엔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린다.
하지만, 초기에 너무나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 환자나 보호자들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런 생각은 의사조차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난관이 많은 소세포폐암의 치료에 한 획을 긋는 면역항암제 치료가 이제 시작된 형국이다.
다만 국내 실정은 이런 치료법을 아직은 배워 오기 급급하다.
외국과 같은 대규모 유전체 분석이나, 실험동물 모델 제작이 시도되고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도 있다.
소세포폐암 환자의 폐 조직을 대상으로 면역치료제 특이 단백질 변화, 면역세포 분포 변화들을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가 단순히 논문이나 지식의 축적에 그치지 않고, 환자들에게 제한된 치료나마 효과적인 것들을 좀 더 제시할 수 있는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 홍숙희 교수는 2000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에서 폐암 유전자변형 동물모델 제작 분야를 연수했다.
가톨릭의대 종양내과 교수로, 폐암과 부인암 분야가 전문이다.
대한암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
면역항암제 치료 이제 시작 단계…환자 치료지침 만들어야
지난해 한국에서는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과를 두고 큰 논란이 있었다.
발단은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 티펜스씨가 올린 유튜브 영상이었다.
그는 이 영상에서 "2016년 8월 '소세포폐암'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펜벤다졸을 복용한 이후 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소식은 오클라호마 지역 방송의 뉴스를 타고 세계 곳곳에 급속도로 퍼졌다.
이 중에서도 반향이 가장 컸던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의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펜벤다졸류의 동물 구충제를 이용한 '자가 암 치료'가 유행했고, 급기야 한때는 이들 구충제가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펜벤다졸로 폐암을 치료했다고 주장한 조 티펜스씨가 그 이전에 폐암 치료 목적으로 '면역항암제'를 복용했던 게 밝혀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됐다.
그의 폐암이 치료된 게 면역항암제의 효과인지, 펜벤다졸의 효과인지 불분명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폐암은 사실 다른 어떤 암보다 치료제가 앞서가는 분야다.
그러나 폐암 중에서도 지난 30년간 치료법이 변하지 않는 암이 있는데, 바로 '소세포폐암'이다.
일반적으로 폐암이라고 하면 수술을 해야 하는 '비소세포폐암'을 떠올린다.
비소세포암은 암세포 크기가 작지 않은 것으로, 폐암의 약 85%를 차지한다.
기관지에 주로 생기는 편평상피세포암, 폐에 많이 생기는 선암, 대세포암 등이 이에 속한다.
나머지 15%가량이 수술 치료가 어려운 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된다.
소세포폐암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많이 생기고 병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초기라도 수술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때문에 항암제와 방사선이 주 치료법이다.
소세포폐암은 주로 기도에 생기는데, 림프관이나 혈관을 타고 전이되기 쉽다.
특히 뇌에 전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진단 당시 뇌 전이가 없더라도 예방적으로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세포폐암은 처음에는 항암치료 효과가 매우 좋다.
항암치료 1∼2차에 약효가 없는 환자가 흔치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계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주사를 맞을수록 좋아지기보다는 4차 항암치료 뒤엔 암 상태가 제자리걸음이고, 6차까지 항암치료를 하다 보면 병이 더 악화하기도 한다.
더욱이 소세포폐암의 항암치료는 면역력도 떨어지고, 탈모·구토 등 기존에 알려진 부작용이 대부분 나타난다.
이 때문에 소세포폐암의 5년 생존율은 비소세포폐암의 6.5%에 머물고 있다.
이런 소세포암에 최근 2∼3년 사이 새로운 치료의 전기가 마련됐다.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고, 면역항암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소세포폐암이라고 하면 모두 같은 병으로 생각하고 동일한 방법으로 치료했다면, 이제는 비소세포폐암처럼 정밀의학 혹은 개발맞춤형 치료가 시도되는 것이다.
특히 2012년께부터 소세포폐암에 관한 적극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한 가지 병인 줄 알았던 소세포폐암의 30% 정도는 나머지 70%와 많이 다른 유전형이고, 항암치료 반응도 다르다는 점이 규명됐다.
또 소세포폐암이 4가지 이상의 형태로 구분이 된다는 점 등도 새롭게 밝혀진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항암제에 효과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던 10% 정도의 환자에게는 비소세포폐암처럼 면역항암제가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더욱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2018년과 2019년에 연이어 면역·항암 동시 치료제가 개발되는 성과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옵디보, 키투르다, 임핀지, 티센트릭, 여보이 등이다.
이들 면역함암제는 암세포가 내보낸 'PDL-1' 단백질의 면역세포 결합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면역세포 기능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이들 먼역항암제는 비소세소폐암처럼 항암치료제를 병합해 치료함으로써 부작용은 가중되지 않으면서 효과는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다.
면역·항암 동시치료법도 아직은 비소세포폐암에서만큼 효과가 큰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시도했던 표적치료제 임상시험들은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지만 소세포폐암에 관해 좀 더 많은 유전학적 정보들이 쌓여가고 있고, 연구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세포폐암의 '환자 유래 암조직 이식'(patient derived xenograft) 동물모델이 속속 만들어지는 점 등은 향후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의사로서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새 치료법에 거는 기대
소세포폐암 환자들이 처음 항암치료를 받으면 예상치 못한 효과에 '이렇게 좋아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반년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걸 알려야 할 때쯤이면, 마음이 정말 무겁다.
처음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 의료진들은 치료 경과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치료 시작 2∼3주면 좋아지지만, 반년 뒤엔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린다.
하지만, 초기에 너무나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 환자나 보호자들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런 생각은 의사조차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난관이 많은 소세포폐암의 치료에 한 획을 긋는 면역항암제 치료가 이제 시작된 형국이다.
다만 국내 실정은 이런 치료법을 아직은 배워 오기 급급하다.
외국과 같은 대규모 유전체 분석이나, 실험동물 모델 제작이 시도되고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도 있다.
소세포폐암 환자의 폐 조직을 대상으로 면역치료제 특이 단백질 변화, 면역세포 분포 변화들을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가 단순히 논문이나 지식의 축적에 그치지 않고, 환자들에게 제한된 치료나마 효과적인 것들을 좀 더 제시할 수 있는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 홍숙희 교수는 2000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에서 폐암 유전자변형 동물모델 제작 분야를 연수했다.
가톨릭의대 종양내과 교수로, 폐암과 부인암 분야가 전문이다.
대한암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