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학자가 쓴 '현대 한일문제의 기원'
"한일청구권협정, 경제에 매몰돼 피해자 구제 실패"
1965년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청구권협정은 정식 명칭이 '대한민국과 일본 간 재산·청구권에 관한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무상 원조 3억 달러, 차관 2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인 청구권도 소멸했는지는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한일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는 쟁점이다.

요시자와 후미토시(吉澤文壽) 일본 니가타국제정보대학 교수는 신간 '현대 한일문제의 기원'에서 1945년부터 1965년까지 한일관계를 분석해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민사상 청구권을 포함해 '구제되지 않은 권리'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광복부터 한국전쟁까지 한일관계를 '원칙적 대립' 시기로 명명하고,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배를 각각 불법과 합법으로 주장해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1954년부터 1960년까지는 한국에 억류된 일본인 어부와 재일 조선인 귀국 문제를 주로 다룬 인도(人道) 외교 시기였다고 진단한다.

저자가 보기에 문제는 1960년부터 1965년까지 '경제기조' 시기에 발생했다.

그는 "1962년 청구권 교섭은 '실무적 노선'에 의한 절충 후 '정치적 노선'인 김종필·오히라 회담으로 넘어갔다"며 "결국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협력 공여라는 형태로 정치적으로 타결됐다"고 평가한다.

이어 "한일합의 내용으로 기본관계, 어업, 선박, 문화재 등 여러 문제에서 일본 주장이 채택됐다"며 "한국은 식민지 지배 청산과 관련한 사항을 실질적으로 양보하는 대신 선박 협력, 문화 협력, 어업 협력 명목으로 차관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이 한국에 건넨 자금은 경제 협력 용도였고, 금액은 식민지 지배 책임이나 피해자 보상 필요성이 아니라 오로지 한국 경제개발에 맞춰 책정됐다고 비판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적은 없었다.

그는 "청구권 교섭이 과거 청산이라는 의미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형태로 타결되면서 일본 식민지 지배로 인해 침해된 한국인의 권리가 구제될 중대한 기회도 잃어버린 것"이 청구권 교섭 정치적 타결의 본질이라고 결론짓는다.

일조각. 이현주 옮김. 496쪽. 3만5천원.
"한일청구권협정, 경제에 매몰돼 피해자 구제 실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