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보육교사 절반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연차 깎고 원장끼리 블랙리스트 공유"…갑질 당하는 보육교사들
인천에 있는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A씨는 원장에게 퇴직 의사를 밝혔다가 "너 이력서랑 자료들 다른 원장들한테 다 보여주면서 뽑지 말라고 할 거야"라는 협박을 당했다.

그는 재취업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지도 않은 행동들을 원장이 꾸며내 소문을 낸 것을 알게 됐다.

부산의 한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던 B씨는 연차를 5일만 받았다.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에도 나가 당직을 섰고, 당직근무 시간에 원장 지시로 교실 문짝 페인트칠을 하는 등 정해진 업무 외의 일을 해야 했다.

이 두 사례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8일 발표한 어린이집 등 보육교사의 처우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직장 괴롭힘 사례들 중 일부다.

설문에 응답한 보육교사 91.5%가 하루 8시간 근로계약을 맺고서도 실제 근무시간은 8시간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또 법에 따라 8시간 일하면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부여받아야 하지만 응답자의 79.9%가 '제대로 된 휴게 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8%는 실제로는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원장의 강요로 마치 휴게 시간에 자유롭게 쉰 것처럼 자필 서명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57.3%에 이르렀다.

근무지 유형별로 보면 직장 내 직장어린이집(76.0%)과 국공립어린이집(75.7%)에서 근무했던 보육교사들이 직장 괴롭힘을 겪은 비율이 특히 높았다.

직장 안팎에서 일과 관련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 중 60.7%는 가해자로 원장이나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를 지목했다.

괴롭힘 발생 원인에 53.7%는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 문제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 조성' 때문이라고 했고, 48.1%는 '기관(시설) 규모가 작아 직원 간 관계가 긴밀해 사생활 침해나 소문이 잘 발생한다'고 답했다.

괴롭힘 대처 방식으로는 절반 이상(50.9%)이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말했다.

'돌봄의 질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책 개선 방안'으로 전체 응답자의 84.3%는 '교사의 업무량, 근무시간 등 근무여건 개선'을 꼽았다.

직장갑질119는 "보육교사가 스스로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각종 법 시행 및 권리보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이 아니라 보육교사를 대표하는 보육교사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