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시작된 남미 베네수엘라의 정치 혼란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7년 가까이 베네수엘라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58)과 지난해 초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37)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신임 국회의장 선거일인 5일(현지시간) 과이도 의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국회를 봉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저지에 막혀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국회에서는 여당 단독으로 친정권 인사인 루이스 파라 의원을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1년이다.

마두로 정부가 야권 인사들의 국회 출입을 막으면서 정족수가 미달돼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파라 의원은 의장 취임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국회가 새 의장을 선출한 사실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해 1월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과이도를 구심점으로 반정부 움직임이 일어났다.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대통령이 2018년 대선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주장하면서 임시 대통령을 자임했다. 대통령 유고 시 국회의장이 권력을 승계하도록 한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라서다.

이후 미국 등 50곳이 넘는 서방 국가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적법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정치 혼란은 곧 끝날 것 같았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돈줄인 국영 석유기업을 상대로 자산동결, 송금금지 등 제재를 하며 압박에 나서자 마두로 정권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은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두로 정권이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으로 미국발(發) 경제 제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밖에서 자체 표결을 통해 과이도 의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후안 과이도가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으로 재선임된 것을 축하한다”며 “미국은 계속해서 그를 적법한 의회 지도자이자 베네수엘라의 정당한 임시 대통령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