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남사 완장리 농민 150세대 '농로 전용차로 지정' 요구

"올봄부터 우리 농민들은 목숨 걸고 농사를 지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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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구 다닐 길 없어지면 농사는 어떻게 지으라고"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완장리에서 농사를 짓는 완장1리 이장 김호영(52) 씨는 3일 "경운기와 트랙터를 운전해 농사지으러 가야 하는 농민들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지방도 321호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김 이장이 가리킨 도로는 현재 완장리에서 서리터널 쪽으로 향하는 편도 1차로를 2개 차로로 늘리는 도색작업이 한창이다.

원래는 1개 차로였던 이 도로는 갓길이 있어 완장리 150세대 농민이 수십 년 동안 자유롭게 농기구를 타고 농사지으러 다니는 농로로 이용하던 곳이다.

그런데, 시가 완장리 물류센터 조성을 앞두고 교통 대책의 하나로 지방도 321호선 용인시청 방면의 1개 차로를 2개 차로로 늘리면서 갓길이 사라지게 됐다.

농민들이 애용하던 갓길 대신 정식 차로가 하나 늘게 되면 앞으로 농민들은 승용차와 화물차가 쌩쌩 달리는 일반 차로를 이용해 농기구를 운전해야 한다.

김 이장은 "저야 젊지만, 완장1∼3리 농민들이 대부분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인데 이분들이 농기구를 운전하며 차로를 지나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며 "당장 두 달 후면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목숨을 내놓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이 도로에서 위험한 이동을 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7천세대가 입주한 완장리 A아파트 주민들도 이용하는 도로여서 심각한 교통체증도 우려된다.

농민들이 2개 차로 가운데 1개 차로를 농기구를 타고 이동할 경우 일반 차량만큼 속도를 낼 수 없어 뒤따르는 차량과 엉키면서 정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민들이 새벽 4∼5시 농사지으러 논밭으로 나간 뒤 오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식사를 하는 시간이 공교롭게도 아파트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과 맞물려 교통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A아파트 방향의 편도 1차로여서 교통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농기구 다닐 길 없어지면 농사는 어떻게 지으라고"
완장리 농민들은 이런 우려가 얼마나 들어맞는지 확인하고자 2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45분까지 경운기 4대와 트랙터 5대를 가지고 A아파트 인근 회전교차로에서 차선 늘리기 작업 중인 도로를 따라 서리터널까지 3㎞가량을 이동하는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랬더니 심각한 정체가 빚어지면서 도로가 거의 마비될 정도였다고 농민들이 전했다.

완장리 농민들은 1개 차로를 2개 차로로 늘리는 대신 도로를 왕복 4차로로 만든 뒤 1개 차로는 농기구가 다닐 수 있는 전용차로로 지정해 줄 것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A아파트 주민들도 농민들의 우려에 공감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의 교통 수요 등을 고려해 지방도 321호선을 왕복 6차로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아파트 5단지 김정우 동대표회장은 "농민들의 걱정은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7천세대 아파트가 들어서는데도 교통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

아파트 주민들이 교통난에 고통받지 않도록 시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완장리 농민들의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조만간 준공하게 돼 농민들이 우려하던 교통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자 1개 차로를 2개 차로로 늘렸다"면서 " 장기적으로 도시계획이 정비돼 도로가 확장될 때까지 농민들의 이동안전 보장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