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백악관 예산관리국 당국자 간 이메일 원문 공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탄핵 재판에 해당 문건 증거로 포함해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 유지하라' 직접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의회 탄핵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 보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임을 시사하는 문건이 공개됐다.

미국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국방부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당국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에 관한 미 안보 전문 사이트 '저스트 시큐리티'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법원은 지난달 정부에 해당 이메일들을 공개하라고 명령했지만, 정부는 내용 일부를 삭제한 채 공개했다.

이 이메일 원본을 저스트 시큐리티가 최근 입수해 분석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0일 마이클 더피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가안보 프로그램 담당 부국장은 국방부 회계 담당자인 일레인 맥커스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원 보류를 유지하라는 명확한 지시가 대통령(POTUS)으로부터 왔다"고 말했다.

해당 이메일이 전송된 날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원조가 보류된 지 약 두 달째 되는 시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하려 회동한 날이기도 하다.

더피 부국장의 이런 발언은 예산관리국과 국방부 당국자들이 군사 원조 보류의 적법성에 관해 논의하던 와중에 나온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을 보면 국방부는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것으로 알려진 원조 보류가 8월이 되도록 이어지자, '의회예산 및 지출유보통제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예산관리국에 표했다.

이 법은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의회가 편성한 예산을 대통령이 지연시킬 수 없도록 하기 위해 통과됐다.

국방부는 이 법에 따라 의회가 원조금으로 책정한 예산을 지난해 9월 30일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미 재무부가 이를 압수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국방부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더피 부국장은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며 원조를 계속 보류하라고 답했다.

한 국방부 당국자는 CNN에 원조 보류에 관한 국방부의 우려를 당시 예산관리국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예산관리국의 무관심한 태도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류를 직접 지시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 유지하라' 직접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대가로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인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휘말려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았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지난달 18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소추안을 넘기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공화당과 증인 소환 등 탄핵심리 절차와 내용에 대한 협상을 시도 중이다.

민주당은 이날 공개된 이메일 의혹을 근거로 공화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메일 내용을 상원의 탄핵 재판에서 증거로 포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새로 공개된 이메일 원본은 우리가 요청해온 문서와 증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려 한 매코널 원내대표에게 치명타를 날렸다"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저격했다.

그는 이어 "이 이메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보류한 일의 적법성에 관해 정부 당국자들이 심각하게 우려했음을 폭로한다"고 지적했다.

(계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