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사진)가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2018년 지방선거 패배 후 해외에 체류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다만 구체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야권 정계 개편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安 “돌아가 정치 바꾸겠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국민 마음을 되새기며 갈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2018년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고 같은 해 9월 독일 유학을 떠난 안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방문학자로 있다.

안 전 대표는 혁신, 통합, 기득권에 대한 청산 등을 정계 복귀의 목표로 꺼내들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줬을 때보다 악화되고 있다”며 “미래를 내다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보는 아직 미지수

안 전 대표가 복귀를 밝혔지만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안갯속이다. 먼저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손학규 대표와 손을 잡고 제3지대 통합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오면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안철수계 의원들이 요구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거부하면서 관련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손 대표는 이날 “안 전 대표가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이고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도 “(내가)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하더라도 손 대표와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렛대로 창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존 정당들과 거리를 둔 채 ‘중도개혁’ 성향의 독자 노선을 모색할 가능성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호남 지역과 비례대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안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도 다시 3당 깃발을 들고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안 전 대표의) 안티가 늘어나긴 했지만 팬도 여전히 많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25%가 넘는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중도 기반이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 집결한다면 지역구는 몰라도 정당 지지율로는 폭넓은 중도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5일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새로운보수당)와 힘을 합친다는 얘기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유승민 의원이 신당 창당 과정에서 보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중도’를 강조해온 안 전 대표와는 사실상 갈라선 것이란 분석이다. 전날 유 의원이 “2년 전 결혼을 잘못했다”고 언급한 것도 안 전 대표와의 ‘결별 선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날 하태경 새보수당 창당추진위원장은 “저희가 내세운 기치에 대해 안 전 대표가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 여지를 남겼다.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으로 바로 복귀하진 못하더라도 향후 정계 개편 국면에서 선거 연대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야권 통합 촉매제 될까

21대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도·보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야권의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문(반문재인)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야권 빅텐트’ 형성의 촉매제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안 전 대표의 정치 복귀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큰 헌법가치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함께하는 대통합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4년 전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는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개혁 진영에는 들어올 공간이 없고 보수진영에선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니 진입장벽이 높다”며 “안철수의 룸(공간)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