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짓기와 거주하기 = 리처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의 오랜 작업인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완결편이다.
프로젝트 1편 '장인'과 2편 '투게더'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을 만드는 존재인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도구의 인간)'가 개인적 노력, 사회적 관계,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설명했다면 3편은 문명의 물리적 환경인 도시와 호모 파베르의 관계를 연구한다.
파리, 바르셀로나, 뉴욕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를 돌아보면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퍼드, 마르틴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등 사상가들의 생각을 살펴본다.
또 콜롬비아 메데인의 뒷골목에서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에 이르는 상징적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리적인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닫힌 도시, 즉 건축적 분리와 사회적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해 주는 도시가 어떻게,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열린 도시'를 제안한다.
열린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받아들이며 복잡성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기후 위기 같은 단기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위협과 불확실성에 맞서 더 잘 회복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김영사. 512쪽. 2만2천원.
▲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 로즈 조지 지음, 하인해 옮김. 개인의 일상은 물론 도시의 환경과 공중위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누구도 입에 올리기를 꺼리는 분변 문제에 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분변은 인류의 중대한 관심사였고 지금도 세계 인구 중 약 20억 명은 최소한의 위생 시설조차 이용하지 못해 분변이 초래한 갖가지 고통과 질병을 겪고 있다.
인간과 배설물 간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위생 체계야말로 현대적인 도시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소이며 아이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첫 과정은 배변 교육이다.
이렇게 본다면 분변에 대한 태도는 문명의 척도이자 한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각국의 화장실과 하수도 실태에서 미래형 변기 개발 실태에 이르기까지 분변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