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 벌금형 원심 파기

산업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을 제거했다가 재물손괴죄로 재판에 넘겨진 마을 이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산업단지 반대 현수막 떼냈다 법정 선 마을 이장 2심서 무죄
충북 진천군의 한 마을은 산업단지 조성 문제로 시끄러웠다.

일부 주민들은 환경오염을 우려하며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마을 주변에 산단 조성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었다.

그런 와중에 이 마을 이장 A(69)씨는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 16일 오전 6시 45분께 마을 대청소 과정에서 주민대책위 현수막 2개를 제거했다.

현수막이 인근 주민공동시설인 정자를 출입하는 데 방해가 되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주민대책위 측의 반발로 A씨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결국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원심은 A씨의 공소 내용을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윤성묵 부장판사)는 1일 A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민대책위가 내건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관리법에서 정한 허가나 신고를 거치지 않은 불법 광고물"이라며 "피고인이 주민들과 명절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철거한 행위는 정당한 관리권의 행사 범위 내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의 현수막은 최소 4개월 이상 설치돼 본래의 용도대로 상당 기간 효용을 다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동기·목적의 정당성 등을 두루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 윤리 내지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