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어 `모자의 난`...막장드라마로 치닫는 한진家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본격화된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양상으로 `모자의 난`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세다.

이에 따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선제공격으로 경영 주도권이 조 전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중 누구에게 쥐어질지 재계가 주목한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의 정면 대결을 각오한 힘 겨루기인지, 아니면 전화위복으로 가족이 단합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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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미국에서 별세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놓고 남매가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어 당분간 `남매의 난`은 쉽게 봉합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월 12일 조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시신을 운구한 항공기에서 내리며 고인의 유언에 대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뉴욕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세 남매가 각자의 경험과 장점을 살려 대한항공과 그룹 총괄은 조원태 회장이, 칼호텔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호텔 관련 업무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진에어와 마케팅은 조현민 전무가 각각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선친의 뒤를 이어 그룹을 총괄하고, 막내 조 전무가 `물컵 갑질` 사건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복귀한 것과 달리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막상 공개된 명단에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조 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자신의 측근으로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며 그룹 경영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이 맡았던 기내식기판사업본부의 임원 등 조 전 부사장의 측근들은 교체 대상 명단에 올랐고, 조 전 부사장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졌다.

특히 누나의 경영 복귀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온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진 호텔 사업마저 정리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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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작심하고 칼을 빼 들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처음 입사한 곳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였다. 2007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는 등 호텔 경영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도발 이후 5시간여 만에 나온 한진그룹의 입장을 놓고도 조 회장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는 의견과 조 전 부사장의 `반기`에 선을 그었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한진그룹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대응했다.

양측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선친의 `유훈`을 인용하며 명분 쌓기에 나선 셈이다.

한진그룹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조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누나의 `견제구`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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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정당성`에도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고려하면 조 전 부사장의 이탈은 조 회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와 6.49%로 0.03%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데다 끊임없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KCGI는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스팅보트`를 쥔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지분율 5.31%)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선택도 변수다.

최근에는 조 회장이 25일 서울 평창동에 있는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아 조 전 부사장의 `반기`를 두고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화병 등이 깨져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는 소동이 벌어진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고문도 아들의 독자적인 경영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큰딸의 `반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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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동을 계기로 남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내년 3월 주총까지 갈등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칼의 주요 주주인 델타항공(10.00%)과 반도건설(6.28%)은 그룹 우호 지분으로 여겨지지만, 남매 중 누구에게 우군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경우 창업자 조중훈 전 회장 별세 이후 `형제의 난`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삼 남매가 계열 나눠 갖기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고 조양호 회장이 생전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만큼 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따라서 조원태 회장의 입장에서는 우호 지분의 이탈을 막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누나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결국 주총 전에 누나를 경영에 복귀시키고 가족 간의 단합을 꾀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미 남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데다 모자간의 갈등까지 표출된 만큼 주총까지 불과 3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총수 일가 내부의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과감하게 견제구를 날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설사 조 전 부사장을 경영에 복귀시킨다고 해도 조 회장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천명한 만큼 호텔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100%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는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의 호텔 사업 역시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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