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본회의장서 여야 의원 이틀간 13명 찬반 발언…맥빠진 토론 강효상, '윤석열 좌천때 曺 사표만류' 박범계 발언 비판한 진중권에 "감동적"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이어졌다.
전날 오후 9시 26분 시작한 이번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 종료까지 쉼 없이 계속됐다.
올해 마지막 주말인 점을 반영하듯 본회의장은 온종일 텅텅 빈 상태였다.
오후에는 20명 남짓한 의원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봤다.
한 의원은 신문을 가져와 읽기도 했다.
책상에 엎드린 의원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단 아래 속기사의 손가락만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발언대에 선 여야 의원들은 공수처 법안의 찬반을 놓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9시 27분 8번째 발언자로 선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모기가 반대한다고 에프킬라를 사지 않을 것이냐. 조폭이 반대한다고 파출소 설치를 주저할 것이냐"고 말했다.
공수처에 반대하는 검찰을 모기와 조직폭력배에 비유한 것이다.
이는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생전 발언으로, 여 의원은 4·3 보궐선거 때 노 전 의원 지역구 창원·성산에서 당선됐다.
그는 노 전 의원이 2016년 공수처 법안을 먼저 발의했다며 "공수처 저작권은 정의당이 갖고 있다"고 했다.
오전 10시 15분 마이크를 잡은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의장석의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본회의장은 문희상 국회의원실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전날 선거법 강행처리를 면전에서 비판한 것이다.
신 의원이 "민의의 전당이 쑥대밭이 됐다"고 하자 한국당 쪽에선 "걸레가 됐다"는 옹호가 나왔다.
문 의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오후 1시 16분 연단에 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검찰은 검사 2천300명, 수사관 7천명 조직이고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짜리 조직"이라며 "큰 조직의 권력 남용은 괜찮고, 작은 조직은 독일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공수처 설치를 옹호했다.
오후 2시 33분 바통을 이어받은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공수처가 생기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속 1호가 될 것"이라며 "공수처가 바로 '귀태'(鬼胎)다.
귀신이 살아 태어나는 게 공수처,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조직이 바로 공수처"라고 주장했다.
오후 8시 13분 마지막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거론하던 중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전광판에 띄우기도 했다.
이어 이날 오전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좌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내게 사표 만류를 부탁했다'고 말한 것을 비판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향해선 "감동적"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그것이) 문 대통령을 초조하게 만들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고 비꼬았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전날 오후 9시 26분 한국당 김재경 의원의 2시간 44분간의 발언을 시작으로 여야 총 13명이 나와 공방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