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태계 망쳐놓고…'역대급 포상'으로 업계 달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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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날 기념행사
文정부 3년 만에 장관 참석하고
포상자 80% 늘려 분위기 띄워
脫원전에 원전 2기 폐쇄하고
정부, 뒤늦게 업계 '기 살리기' 나서
文정부 3년 만에 장관 참석하고
포상자 80% 늘려 분위기 띄워
脫원전에 원전 2기 폐쇄하고
정부, 뒤늦게 업계 '기 살리기' 나서
정부가 27일 ‘원자력의 날’을 맞아 원자력 유공자 141명을 포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물론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 정지 결정을 내린 직후여서 원전업계는 씁쓰름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고 포상으로 업계를 달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文정부 들어 처음 장관 참석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9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원자력의 날은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295억달러)한 쾌거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이날 전년(80명)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원자력 유공자 141명에게 산업훈장, 대통령표창 등을 시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한국형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하는 등 원자력업계 종사자들이 국내 원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도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이 원자력의 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원전수출 10년, 새로운 100년을 위한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 주제에서 탈원전을 뜻하는 ‘에너지 전환’이란 문구는 빠졌다. 2017년, 2018년에는 각각 ‘에너지 전환시대 원자력의 역할과 방향’ ‘에너지 전환과 미래를 준비하는 원자력’을 주제로 행사가 열렸다.
탈원전 정책으로 업계가 위기감을 호소하자 정부가 뒤늦게 원전업계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업계에 30년 넘게 종사했다는 한 참석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업계의 잔칫날이 한없이 초라해졌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등 정부가 원전에 대한 근본적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원전업계는 서서히 멸종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원전 고려장시키면서 미래를 말하나”
기념행사에 앞서 열린 ‘원자력미래포럼 종합세미나’에서는 원전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전영태 한국수력원자력 상생협력처장은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한수원은 사면초가 혹은 고립무원 상태”라며 “물건은 잘 만들어놨는데 시장이 없어 팔리지 않는다는 중소기업들의 여러 요청도 받아들여야 하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 처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완료되는 2024년쯤 ‘신규 수주 절벽’이 닥친다”며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국 등 각국의 공세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준 한국원자력학회 고급정책연구소장 역시 “대형 원전 건설 위주였던 원자력업계가 융복합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산업이 살아남아야 다변화도 가능하고, 그때까지 버틸 일감을 당장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결정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 평균수명 80년 시대에 ‘중년(36년)’에 불과한 월성 1호기를 ‘고려장’시켜 놓고 무슨 미래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원전 건설을 할 줄 알아야 해체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결정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산업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 장관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을 축소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수원 노조, 자유한국당, 원자력정책연대 등은 원안위 의결이 감사원 감사 진행 중에 이뤄져 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성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여부를 논할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文정부 들어 처음 장관 참석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9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원자력의 날은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295억달러)한 쾌거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이날 전년(80명)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원자력 유공자 141명에게 산업훈장, 대통령표창 등을 시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한국형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하는 등 원자력업계 종사자들이 국내 원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도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이 원자력의 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원전수출 10년, 새로운 100년을 위한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 주제에서 탈원전을 뜻하는 ‘에너지 전환’이란 문구는 빠졌다. 2017년, 2018년에는 각각 ‘에너지 전환시대 원자력의 역할과 방향’ ‘에너지 전환과 미래를 준비하는 원자력’을 주제로 행사가 열렸다.
탈원전 정책으로 업계가 위기감을 호소하자 정부가 뒤늦게 원전업계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업계에 30년 넘게 종사했다는 한 참석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업계의 잔칫날이 한없이 초라해졌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등 정부가 원전에 대한 근본적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원전업계는 서서히 멸종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원전 고려장시키면서 미래를 말하나”
기념행사에 앞서 열린 ‘원자력미래포럼 종합세미나’에서는 원전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전영태 한국수력원자력 상생협력처장은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한수원은 사면초가 혹은 고립무원 상태”라며 “물건은 잘 만들어놨는데 시장이 없어 팔리지 않는다는 중소기업들의 여러 요청도 받아들여야 하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 처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완료되는 2024년쯤 ‘신규 수주 절벽’이 닥친다”며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국 등 각국의 공세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준 한국원자력학회 고급정책연구소장 역시 “대형 원전 건설 위주였던 원자력업계가 융복합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산업이 살아남아야 다변화도 가능하고, 그때까지 버틸 일감을 당장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결정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 평균수명 80년 시대에 ‘중년(36년)’에 불과한 월성 1호기를 ‘고려장’시켜 놓고 무슨 미래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원전 건설을 할 줄 알아야 해체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결정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예고된 가운데 산업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 장관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을 축소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수원 노조, 자유한국당, 원자력정책연대 등은 원안위 의결이 감사원 감사 진행 중에 이뤄져 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성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여부를 논할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