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선정…"세계 구하겠다던 IT기업, 개인정보로 돈 벌고 보호에는 실패"
우주여행·드론택배·전자담배·3D프린터 등도 포함
"지난 10년간 가장 실망스러웠던 기술…IT기업·스마트글라스"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0년간 가장 실망스러웠던 기술로 '세계를 구할 정보기술(IT) 기업'과 스마트 글라스, 우주여행 등을 꼽았다.

WP는 26일(현지시간) "지난 10년간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러지 못한 혁신"을 선정해 보도하며 첫머리에 '자비롭고 세상을 구할 IT 기업'을 지목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기업공개(IPO) 신청 서류에서 밝힌 이 회사의 모토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이윤 추구가 최상의 가치였던 전통적 기업과 차별화된 새로운 기업상을 웅변하는 구호였다.

WP는 "2010년대 초반, 이것(구글의 모토)은 정확히 많은 거대 IT 기업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을 홍보했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제품은 일상을 더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온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2010년대를 마감하는 지금 소비자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에 범람하는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을 마주하고 있다.

IT 기업들은 산더미 같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돈을 벌었지만, 그 정보를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다.

WP는 "IT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처음에는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다음에는 이와 거리를 두려 했다"고 지적했다.

WP는 또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2012년 시제품을 착용하고 나와 선보였던 구글 글라스 등의 얼굴 착용형 컴퓨터도 실패한 기술로 꼽았다.

"지난 10년간 가장 실망스러웠던 기술…IT기업·스마트글라스"
구글은 당시 1천500달러짜리 이 기기가 전화기 화면 대신 얼굴 앞에 정보를 띄워 사람들이 주변 세상과 더 잘 상호작용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글은 2015년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공장 노동자부터 의사 등을 겨냥한 업무용 제품으로 전환했다.

WP는 언젠가 사람들이 스마트 가상비서를 탑재한 채 현실 세계 위에 유용한 정보를 보여주는 글라스를 이용하게 될지 모르지만, 구글의 시도는 그런 제품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WP는 또 단명(短命)에 그친 많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도 기대를 못 채운 제품으로 지목했다.

'구글 버즈'로 시작해 '구글+(플러스)'로 바뀌었다가 올해 끝내 종료된 구글의 소셜미디어나 트위터에 인수돼 사라진 '바인' 등이 그 사례다.

WP는 페이스북이 2010년대 시작부터 끝까지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했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같은 경쟁자를 인수하거나 노골적으로 경쟁사를 모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또 자사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2013년에 4∼5년 뒤면 드론(무인항공기)이 창고에서 고객의 문 앞까지 소포를 배달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지금까지도 아마존 소포는 여전히 사람이 배달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10년간 가장 실망스러웠던 기술…IT기업·스마트글라스"
다만 아마존 외에도 우버와 UPS, 알파벳의 자회사 윙 등이 드론 배송을 열심히 시험하고 있어 2020년대에는 하늘로 배달되는 소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우주여행도 실망스러운 기술 목록에 올랐다.

블루오리진을 소유한 베이조스, 버진 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스페이스X를 가진 일론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이 앞다퉈 달 여행 등 우주여행을 현실화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쥴'로 대표되는 전자담배는 더 안전한 흡연, 그리고 니코틴 중독을 끊게 해줄 대안으로 홍보됐으나 정체불명의 폐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며 위기에 처했다.

WP는 이 밖에도 2014년 출시됐다가 1년 뒤 조용히 단종된 아마존의 스마트폰 '파이어폰',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조달해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크라우드 펀딩, 소비자용 3D(3차원) 프린터 등을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기술로 꼽았다.

"지난 10년간 가장 실망스러웠던 기술…IT기업·스마트글라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