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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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서는 별다른 악재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3대 지수는 별다른 조정없이 계속 올라 26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초로 9000선을 넘었습니다.

불안감이 남은 곳이 있다면 초단기 자금 시장인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입니다.

지난 9월 중순 레포 시장에서 금리가 한 때 10%까지 급등하자, Fed는 긴급 개입에 나섰습니다. 하루짜리 레포, 2주일짜리 기간물 레포뿐 아니라 6개월물 이하 단기 국채도 매입하고있습니다.

또 최근 연말에 지난 9월과 마찬가지로 법인세 수요, 연말 지급준비금 수요 등이 몰리면서 다시 레포 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실제 지난 16일 금리가 다시 3%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에 Fed는 지난주 오는 1월20일까지 레포 시장 안정을 위해 4900억달러의 실탄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4900억달러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2년간 양적긴축을 통해 줄여놓았던 게 7000억달러 수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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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선 레포 시장 불안의 요인을 몇 가지로 분석합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분석했듯이 △몇 년간 대폭 증가한 시장 규모 △쪼개진 시장 구조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글로벌하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로 지정된 미국의 8개 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로 자산 규모가 커지면 지급준비금을 더 쌓아야합니다. 이들이 레포 시장에 돈을 풀려면 지준금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은행 주가가 크게 오르고, 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자산 규모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말에 GISB의 자기자본비율 규정을 맞춰야하는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은 레포 시장에 돈을 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들은 일반 대출마저 오히려 줄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시 한번 레포 시장 불안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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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Fed가 4900억달러를 풀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런 불안감은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날 2주짜리 레포 입찰에서 350억달러를 공급했는데 180억달러만 응찰했습니다. Fed의 레포 입찰에서 수요가 공급을 밑도는 현상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장 일부에선 불안감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월가의 한 채권 매니저는 "4900억달러는 정말 막대한 돈이다. Fed가 이런 자금을 붓기로 한 건 시장이 모르는 어떤 불안요인을 알고 있는 것이란 얘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JP모간 등 대형 은행들이 레포 시장에서 돈을 거둔 게 단순히 GSIB 규제 때문이 아니라 레포로 돈을 빌리는 헤지펀드 등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헤지펀드들이 위험한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막대한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헤지펀드가 마음을 먹으면 레포 시장에서 돈을 빌린 뒤 또 다른 채권을 사고 그걸 다시 레포 담보로 맞겨 돈을 빌리는 식(일명 돌돌말이)으로 몇 번 돌려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올해 S&P500 지수는 거의 30% 올랐지만, 테슬라 애플 공매도 등에 실패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10%(HFR 추정)를 밑돌고 있습니다. 이런 헤지펀드들이 연말을 앞두고 수익률 만회를 위해 막대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면서 JP모간 등이 레포 시장에 돈을 풀지 않기로 했다는 추정입니다.

문제는 헤지펀드들이 마지막에 돈을 베팅한 자산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일부에선 헤지펀드가 공매도한 주식이 많다면 지금 같은 상승장에선 결국 숏커버링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1월에 멜트업(단기 과열)을 부를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알지못할 곳에 돈을 퍼부었다가 레버리지를 되돌려야할 상황에 처한다면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과연 며칠 남지 않은 연말에 레포 시장 불안이 현실화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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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