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유재수 '구명 청탁' 수사 동력 확보…양측 법리 다툼 가열 예상
조국 구속영장 기각…檢, 신병확보 실패, '범죄소명'은 성공
법원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주된 이유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조 전 장관의 죄질이 좋지 않고,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판단도 함께 내려 향후 직권남용 등 법리를 두고 검찰과 조 전 장관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시께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범죄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으로서는 일단 구속 위기는 모면했으나 험난한 앞날이 예고됐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는 결정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여권 및 청와대 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의 '구명 청탁'을 한 정황을 이미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비록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향후 수사를 확대할 동력을 얻은 셈이기도 하다.

권 부장판사는 검찰에 보낸 영장 기각사유에서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7년 유재수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상대로 한 특별감찰의 중단을 결정하고, 금융위가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한 조치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형법 조항이다.

겉보기에는 정당한 권한 행사 같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권리를 방해한 것일 경우 성립한다.

다만 '정당한 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다툼이 있을 수 있고, 서류 등 뚜렷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입증이 까다로운 범죄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정책국장에 보임된 직후 비위 의혹이 제기돼 시작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은 3개월여만에 종료됐다.

금융위는 감찰 사실을 통보받고도 별도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하도록 추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자신의 휘하에 있던 특별감찰반의 감찰 권리를 막았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이 상급자로서 내린 감찰 중단 결정이 당시 민정수석에게 허용된 재량권을 넘어섰다는 취지다.

이는 법원에서도 인정된 셈이다.

당시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에게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까지 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유 전 부시장이 재직했던 금융위원회가 감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한 데도 조 전 장관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직권남용 범죄 사실의 하나로 영장 청구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선 조 전 장관의 입장은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었다.

감찰 중단 결정은 민정수석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정무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23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당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라고 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법원은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며 검찰 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만큼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뒤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