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실패하기 어려운 공식인 만큼 화제성은 '올킬'인데 이와 별개로 느껴지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25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12월 셋째 주(16~22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tvN 주말극 '사랑의 불시착'이 전주에 이어 1위를 사수했다.
CPI 지수도 264.5로, 2위인 SBS TV 월화극 'VIP'(247.5)와 큰 격차를 보였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대한민국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북한 엘리트 장교 리정혁(현빈)의 로맨스에 불이 붙을수록 시청률도 점점 뛴다.
1회 6.1%(닐슨코리아 유료가구)로 시작한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 22일 4회에서는 8.5%까지 올랐다.
수차례 열애설을 낳은 선남선녀 현빈-손예진의 로맨스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안방극장 팬들에게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
영화 '공조'에 이어 또 한 번 북한 군인으로 변신한 현빈은 특유의 깊은 눈빛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고, 손예진도 박지은 작가가 매번 그리는 명랑하고 통통 튀는 여주인공에 점점 흡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국'이 문제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느니 마느니 하는 상황에서 38선을 넘나드는 로맨스는 아무리 판타지에 가까운 픽션임을 가정해도 적지 않은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안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라'는 말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대중이 꽤 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첫 기획 시기가 약 10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배경이나 플롯 구성 등에서 어딘가 '올드'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로맨스가 메인이라고는 하지만 이 작품은 총정치국장, 11과, 숙박 검열, 꽃제비, 잦은 정전 등 북한의 실제를 보여주는 장치들도 꽤 많이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문제는 그러한 장치들이 단조롭고 가볍게만 그려져 오히려 불편함을 안긴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북한이라는 배경을 극적인 로맨스를 위한 장치로만 봐달라고 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흥행과 불편함을 별개로만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호화 캐스팅과 특수 배경에 기댄 '사랑의 불시착'과 달리 월화극은 '현실'을 반영한 장르극들이 최근 대거 등장, '웰메이드'를 골라보는 재미를 낳았다.
바로 tvN '블랙독'과 JTBC '검사내전'이다.
두 작품은 각각 CPI 지수 3, 4위에 신규진입했다.
'미생' 학교 판으로 불리는 '블랙독'은 갓 학교에 입성한 기간제 교사, 학교의 '미생' 고하늘(서현진)이 좌충우돌하면서도 조직에 녹아드는 모습을 그렸다.
정규직 교사들의 텃세 속에서도 학생, 그리고 교육에 대한 진심으로 하나하나 벽을 넘어가는 하늘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안긴다.
꽉 막힌 학교 구조는 현실을, 고하늘이라는 캐릭터는 대리만족을 상징하며 드라마를 완성한다.
'검사내전'은 최근 검찰개혁이 화두인 상황에서 '사랑의 불시착'과 마찬가지로 방영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장르극보다도 평검사들의 소소한 일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리스크를 피해갔다.
권력 다툼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급급한 시골 진영지청 속 직장인 검사들의 이야기는 긴장감보다는 소소한 공감을 준다.
지청 안에서도 만년 2등인 형사2부 식구들은 주변 평범한 회사의 부장과 말단 직원들을 보는 듯 생생하게 살아있다.
5위 이하로는 MBC TV '구해줘 홈즈',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TV '나 혼자 산다', JTBC '아는 형님', '슈가맨3' 등 예능이 모두 줄을 이었다.
☞ 용어설명 : CPI 지수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vN 등 CJ ENM 7개 채널, JTBC·TV조선·채널A·MBN 등 종합편성채널 4사, MBC에브리원과 코미디TV 등 케이블 2사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직접 검색자수(국내 주요 포털 6개사)를 필두로 소셜미디어 버즈량(블로그·게시판·SNS 전수조사), 7개 주요 동영상 플랫폼(네이버TV 등) 내 프로그램 무료 동영상의 주간 조회수까지 3가지 실측 데이터를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평균을 산출한다.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의 불씨를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가 맞았다.4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며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린트 운트 슈프륑글리'(린트·사진)가 그동안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제품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절반씩 생산해왔는데 관세전쟁 여파로 조만간 전량을 유럽에서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부터 캐나다에서 수입한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맞대응에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발표했다.현재 린트는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미국 판매용 제품은 물론 캐나다 수출용 제품도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린트 대변인은 폭스뉴스 디지털과 인터뷰에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유럽 생산시설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 공급할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아달베르트 레흐너 린트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공급하는 물량의 전량을 유럽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송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관세로 인한 비용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마틴 허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 통신에 설명했다.또 유럽에서 생산된 초콜릿 제품이 미국산보다 캐나다에서 소비자 반발에 덜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이후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어지기도 했다. 캐나다는 린트의 10대 주요 시장 중 하
어느 분야나 빼어난 실력자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가 하면,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는 건 아니다. 예술도 마찬가지. 수많은 천재, 또는 기재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낸 사람만이 오랜 세월 회자되기 마련이다.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창문 아래 한 여인이 누워 있는 평범한 그림인데, 점차 창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여인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다. 회화의 출발점이 현실의 재현(再現)이란 점에서 이 그림은 완성에서 미완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리즈에선 회화의 본질을 허물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화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신성희(1948–2009)는 이 삼부작으로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았다. 김환기가 직전 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대상을 받아 잘 알려진 공모전이다. 촉망받는 작가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이후 주류를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1960~1970년대 뜨겁게 달아 올랐던 실험미술에 뛰어드는 대신 회화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윗세대의 단색화를 추구하거나 아랫세대의 민중미술을 호응하지도 않았다. 신성희가 바라본 건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축해내는 ‘회화 너머의 회화’였다.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의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40여년에 걸친 고(故) 김인겸(1945~2018)의 조각 여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조각은 하나의 덩어리'라는 통념을 깨고 여러 부품을 조립해 만든 초기작이 첫 단추다. 주변 건축 환경과 어우러진 대형 설치작업 '프로젝트' 연작이 뒤를 이었다.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개관했을 때 선보인 '프로젝트21-내추럴 넷'은 규모와 구성면에서 크고 복잡해졌다.이듬해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초청으로 파리 생활을 시작하면서 작가는 마지막 변곡점을 맞았다. 많은 게 단순해졌다. 종이 위에 그은 붓질이 면이 되고, 이런 면들이 모여 입체가 된다는 조각의 본질로 돌아갔다. 평면 같은 입체, 또는 입체 같은 평면…. 강철을 종이처럼 구부리고 자른 듯한 '접힌 조각' 시리즈가 태어난 배경이다.대구 봉산동 우손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은 조각적 단순함을 추구한 작가의 말년 작업을 돌아본다. '스페이스리스(Space-Less)'와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20여점이 나와 있다. 김 작가의 딸인 김재도 홍익대 초빙교수가 전시 기획을 맡았고, 아들 김산 작가가 작품을 촬영했다.두 연작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듯 조응한다. '스페이스리스'는 넓적한 미술 도구인 스퀴즈로 물감과 먹을 얇게 펴 바른 종이 작업이다. 종이 위에 여러 층의 면을 겹쳐 그리며 입체감을 표현했다. '빈 공간'은 이런 이미지를 3차원 모형으로 구현한 조각이다. 강철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작됐지만 오히려 평면성이 두드러진다.1996년 파리로 건너간 작가가 '접힌 조각'을 내놓자 미술계에선 의아해했다. 이전해 베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