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필리버스터 나중에 하라" 회의 강행…'아빠찬스 아웃' 피켓 회의 도중 선거법 전격 상정…한국당 "날강도" 항의, 서류 집어던지기도 한국당 '무더기 수정안'에 전산 마비도…법안 한 건 처리에 약 30분 소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이 전격 상정된 23일 국회 본회의는 시종일관 아수라장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후 7시57분께 개의를 선언한 직후 한국당이 일제히 의장석을 둘러싸고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나서며, 본회의는 시작과 동시에 고성과 막말에 얼룩졌다.
법안 처리를 지연하기 위한 무더기 수정안 발의 등 꼼수도 난무했다.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과 계속되는 수정안 발의에 국회가 금도를 넘어선 혼돈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본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정된 오후 6시를 2시간이나 넘겨 문 의장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부터 한국당 의석에선 "민생법안을 상정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첫 안건인 임시국회 회기 안건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문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한다"며 "심재철 등 108인으로부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요구가 제출됐지만, 무제한 토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못박았다.
이에 찬반 토론을 신청한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단상에 올라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의장은 반드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그는 "국회법상 규정이 명백함에도, 의장이 임의로 거부하면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회기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장 방침에 따라 토론 제한시간 5분이 지나 마이크가 꺼졌고, 한국당 의원 수십명은 일제히 의장석 앞으로 달려가 '아빠 찬스 OUT' 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의장 사퇴, 아들 공천, 무제한 토론" 등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지난 10일 본회의에 이어 문 의장 아들이 의정부 지역구를 넘겨받아 출마하려 한다는 비난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문 의장이 민주당 윤후덕 의원에게 토론 차례를 넘겼으나, 주 의원이 자리를 비키지 않고 버티는 가운데 단상에 오르려는 윤 의원을 한국당 박대출·권성동·김태흠·민경욱 의원 등이 막아서며 몸싸움마저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 불법"을 거듭 외치자 문 의장은 이들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이게 불법이에요"라고 소리쳤다.
민주당 의원들이 별다른 반응 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가운데, 이인영 원내대표가 결국 의장석에 다가갔고, 이에 문 의장은 "토론종결 요청이 들어와 종결한다"고 선언한 후 회기 결정의 건 표결에 돌입했다.
찬성 150인, 반대 4인, 기권 3인으로 안건이 통과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지만 한국당 측에서는 일제히 야유가 터져나왔고, 이주영 의원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회기 안건에 이은 예산부수법안 상정에도 구호 제창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지연전술의 하나로 예산부수법안 대해 제출한 '무더기 수정안'의 전산 입력 과정에 오류가 발생하며 의사진행이 지연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두번째 안건이었던 예산부수법안인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에 한국당의 수정안안이 32건 제출됐고, 결국 최초 상정에서 의결까지 28분이나 걸린 것이다.
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오후 9시52분에 이르기까지 약 1시간 55분간 의결된 안건은 4건에 불과하다.
표결 한 번에 평균 29분이 걸린 셈이다.
이날 오후 9시40분께 문 의장이 민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본회의 27번째 안건이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앞당겨 상정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표결에 부치면서 '난장판 국회'는 순식간에 정점으로 치달았다.
한국당 임이자·장제원 의원 등 약 스무명이 일제히 의장석 앞으로 달려가 문 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장 의원은 의장석을 손으로 내려치는가 하면, 다른 의원들이 문 의장을 향해서류 뭉치를 집어던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의사일정 변경이 의결되자 문 의장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고 한국당이 신청한 무제한 토론의 시작을 선언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날강도", "문희상 내려와" 등의 구호를 외치자 일부 민주당 의원은 "니들이 날강도"라고 맞받아쳤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아들 공천 준다고 나라를 팔아먹나, 국회를 이렇게 만드나"라며 "당신은 역사의 죄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여분간 격렬한 소란이 이어진 끝에 주호영 의원이 "문 의장이 참 가지가지 한다"며 무제한 토론 첫 타자로 나서며 본격적인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앞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법 및 검찰개혁 법안 합의문 작성이 늦어지면서 본회의 개의도 2시간 가량 지연됐다.
4+1 여야는 의결정족수(148석)을 채우기 위해 지역구에 내려간 각 당 소속 의원들을 긴박하게 여의도로 소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 개의에 앞서 심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고 면담을 요청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의사일정 강행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전 마지막 주말이 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15일에도 장외 여론전을 이어갔다.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부터 광화문 집회 장소까지 약 8.7㎞가량을 행진하는 거리 시위에 나섰다. 지난 12일 첫 행진 이후 이번이 나흘째다.민주당 의원들은 행진하며 "윤석열을 파면하라" "심우정은 사퇴하라" "최상목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이들은 광화문까지 행진한 뒤 곧바로 헌재 인근 동십자각에서 개최되는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장외집회에 합류할 예정이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이번 행진에 함께하지 않았다. 주말 집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민주당은 당초 이날까지 도보 행진을 이어갈 방침이었지만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선고일까지 행진을 진행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민주당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다음 날(16일)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이어간다.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전날 "만약 월요일에도 헌재 선고가 나오지 않을 경우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러시아 군용기 수 대가 15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한 것은 작년 11월 이후 4개월 만이다.합동참모본부는 "러시아 군용기 수 대가 이날 오전 9시20분께 동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했다"며 "(군용기는) 곧 KADIZ 동쪽 및 북쪽으로 이탈해 영공침범은 없었다"고 했다.우리 군은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 전부터 이같은 사실을 식별해 공군 전투기를 투입했다. 합참은 "우발상황에 대비해 전술 조치를 실시했지만 교신 결과 훈련 목적이며 영공침범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KADIZ는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기 등을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식별하는 임의의 선이다. 타국 방공식별구역 내에 진입하는 군용기 등은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거나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다.앞서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 후 이탈한 것은 지난해 11월29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 영공 침범은 없었지만, KADIZ에 진입한 러시아 군용기 6대와 중국 군용기 5대는 KADIZ 진입 전 비행계획 제출 등의 사전 공유 절차를 밟지 않았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러시아 군용기 수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우리 군은 전투기를 띄워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합동참모본부는 15일 오전 9시20분쯤 "러시아 군용기 수대가 동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했고, 곧 KADIZ 동쪽 및 북쪽으로 이탈했다"라며 "영공침범은 없었다"라고 밝혔다.합참은 이어 "우리 군은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에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라고 전했다.또 합참은 러시아 측과 교신한 결과 KADIZ 침범은 훈련 목적이며 영공침범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방공식별구역(ADIZ)은 각국이 미식별 항적을 조기에 식별함으로써 영공 침범을 방지하고자 임의로 설정한 구역으로서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외국 항공기가 각국 ADIZ에 진입할 땐 만일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해당국 군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는 게 관례화돼 있다.그러나 중·러 양국은 최근 수년간 연합 공중훈련 등을 이유로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다른 나라의 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