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오너 일가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선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공동 경영의 유훈과는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조 부사장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반기를 들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조현아 "조원태 회장,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 운영" 주장

23일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에서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 측은 "조 전 부사장이 그동안의 개인적 불찰과 미흡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며 "다만 한진칼과 그 계열사(이하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한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법무법인은 전했다.

조 전 회장이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하는 등 가족에게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한 점,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밝힌 점을 법무법인 측은 강조했다.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이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한진그룹 임원 인사가 단행되기 전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으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바 있다.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대한항공 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으로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쳤다. 사건 3년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과 함께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재차 물러났다.

아울러 법무법인 원 측은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진그룹 측은 말을 아끼는 모습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인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함구했다.

◆ 내년 3월 주총 앞두고 오너가 갈등 재점화…주가 '급등'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사진=연합뉴스)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봉합됐던 오너가(家) 갈등설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갈등 우려에 대해 “(우리는)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주장과 함께 재점화된 것이다.

그동안 재계에선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구조상 조 회장 등 3남매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지분율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고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는 부인인 이 고문(5.31%)과 조 회장(6.52%), 조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 3남매에게 법정상속비율(1.5 대 1 대 1 대 1)대로 나눠졌다.

내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안건으로 다뤄지게 된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 오너일가와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15.98%) 간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6.52%)의 지분율과 우호지분인 '백기사'로 간주되는 미국 델타항공(10.0%)의 지분을 합치면 16.52% 수준으로 추정한다. 오너가 중에서는 조 전 부사장(6.49%) 측에는 어머니인 이 고문(5.31%)이 우호지분이 될 것으로 시장에서 점쳐진다. 동생인 조 전무(6.47%)의 지분을 합치면 지분은 18.27%에 달한다. 최근 꾸준히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매집에 나서 반도건설(6.28%)도 변수로 꼽힌다.

다만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과 관련해)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대결 구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지주사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대두되며 급등세다. 오후 2시33분 현재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800원(17.66%) 뛴 4만5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주가도 4~5%대 강세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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