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자체 최초 조례 제정, 연간 60만원…"농업·농촌 공익가치 커"
일부에서 농민 1인당 연 120만원 요구하며 반발
[톡톡 지방자치] 전북 10만2천 농가, 내년부터 '농민공익수당' 받는다
전북 지역 10만2천 농가가 내년부터 연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받는다.

전북도가 '농업·농촌 공익적가치 지원 사업' 조례를 제정해 14개 시·군과 함께 이른바 '농민 공익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전북도의회는 올해 9월 26일 전북도가 민선 7기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로 마련한 '전라북도 농업·농촌 공익적가치 지원 조례'를 의결했다.

그러나 일부 농민단체와 진보정당은 '농민 1인당 연 120만원' 지급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 전북도, 광역지자체 첫 '농민 공익수당' 조례 제정
전북도는 대한민국 농생명 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도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농민 공익수당 지원근거인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는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기 위해 전북도가 시행하는 공익적 가치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조례는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라고도 명시했다.

농민 공익수당은 농촌 공동화와 농민 감소로 지역사회가 위협받는 현실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농업정책이다.

전북도는 도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식량 생산, 홍수조절, 대기 정화, 경관 제공, 불특정 다수가 누리는 공공재 역할 등으로 연간 3조 4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부각하고 농업인 자긍심을 높여,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고자 농민 공익수당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톡톡 지방자치] 전북 10만2천 농가, 내년부터 '농민공익수당' 받는다
농민 공익수당은 전북에 주소를 두고 실제 영농활동을 하는 도내 10만2천여 농가에 연간 60만원을 하반기에 일괄 지급된다.

내년에는 추석에 맞춰 9월께 지급될 전망이다.

지급대상은 2년 이상 전북지역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농업 외 소득이 3천700만원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북도와 시·군은 4 대 6의 비율로 총 613억원(도비 245억원, 시·군비 368억원)을 내년부터 농민 공익수당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농민 공익수당은 시·군이 자율적으로 현금 또는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하는데, 대부분 지자체가 지역 상품권이나 화폐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수당을 받는 농가는 논밭 기능 유지, 화학비료와 농약의 적정사용, 영농폐기물 수거, 농업 부산물 불법 소각 금지 등을 이행해야 한다.

송하진 도지사는 "우리나라 농생명 수도인 전북에서 전국 최초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농민 공익수당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례 제정까지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3월 전북지역 농업 민관협의체인 삼락농정위원회 제안으로 농업·농촌 공익적 가치에 관한 개념과 기본계획안이 마련됐다.

이후 시·군과 실무협의, 농업인단체연합회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계층과 간담회 개최, 공익수당 합의를 위한 의견 수렴 등이 이어졌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7월 1일 송하진 도지사와 14개 시·군 단체장은 '농민 공익수당'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9월에 조례안을 의결 받았다.

[톡톡 지방자치] 전북 10만2천 농가, 내년부터 '농민공익수당' 받는다
◇ 일부서 '농민 1인당 연 120만원 지급' 주장하며 반발
농민 공익수당 지원을 위한 근거인 조례안 제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일부 농민, 진보 정당, 시민단체는 '농가당 연 60만원' 조례안에 반대하며 '농민 2만여명에게 연 120만원' 또는 '농가당 최대 2명에 연 120만원' 지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도민 2만9천여명의 서명을 받은 주민청구조례안을 제출하겠다며 전북도를 압박했다.

그러나 전북도의회는 지난 9월 26일 전북도가 제출한 '농업·농촌 공익적 가치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

전북도 조례안에 근거해 농민 공익수당을 지급하려면 연간 613억원이 든다.

반면 농민 1인당 연 120만원을 지급하려면 이보다 4배나 많은 2천628억원, 가구당 2명에게 줄 경우는 1천3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과다한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농민·시민단체 요구는 도의회 심의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농민과 시민단체는 전북도 조례안 통과 후에도 "날치기 조례를 폐지하고, 모든 농민에게 보편적인 수당을 지급하라"고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전북도 조례안은 여성, 청년, 농민을 배제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농민 공익수당을 점차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북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형편에 613억원이 적지 않은 데다, 공익수당 지급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뗀 만큼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시·군과 협의해 증액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송하진 지사는 지난 16일 도의회에 출석해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시·군의 재정여건과 경제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북도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농민 공익수당 지원 사업이 국가 정책사업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