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불가리아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에서 예비사업자(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사업 이후 수주가 끊겼던 한국형 원전이 두 번째 수출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20일 한수원에 따르면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벨레네 원전 사업의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한수원과 러시아 로사톰, 중국핵공업그룹(CNNC) 등 세 곳을 선정했다. 프랑스 프라마톰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기기 공급 관련 후보사가 됐다.

이번 사업은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다. 1GW급 원자로 2기를 설치하며 사업비는 총 100억유로 규모다. 불가리아 정부는 한수원 등 3개사가 제출하는 제안서 등을 검토해 내년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다만 이 사업은 UAE 원전 프로젝트와 달리 고려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업성 문제로 수차례 건설이 중단됐던 사업장이어서다. 러시아 AEP는 1987년 벨레네 원전 공사를 시작했다가 1991년 스스로 중단했다. 2006년 러시아의 또 다른 원전업체 ASE가 공사를 재개했으나 투자유치 실패로 2012년 멈췄다. 당시 공정률은 40%였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엔 러시아 업체들이 사용했던 설비와 구축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불가리아 측 합작회사에 일정 지분을 투자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투자 비율은 미정이다. 최종 계약 전 불가리아 정부가 보증 및 장기 구매계약(PPA)을 해줘야 하지만 불가리아 측은 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불가리아 원전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불가리아 원전은 수차례 중단됐던 만큼 여러 위험을 깊이있게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선결 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건설사업자 대신 기기 공급사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불가리아 외에 체코 터키 카자흐스탄 폴란드 등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