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길'로 직진 가능성…'ICBM 카드'로 대미 압박수위 높일 듯
美는 대화 창 열어놓고 상황관리 주력…北도발시 강하게 맞대응 가능성
비건 대화제의에 北 끝내 무응답…한반도 정세 '시계 제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제안한 회동이 북한의 불응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등을 통해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명확하게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노골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 또한 북한이 도발하면 2017년의 '화염과 분노'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태세여서 자칫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크게 치솟을 수 있다.

다만 미국은 물론 북한도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어서 협상 모드로의 반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비건 대표는 한국(15∼17일)에 이어 일본(17∼19일)을 거쳐 중국(19∼20일)을 잇달아 방문한 뒤 20일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에서 한 회견에서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북한)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라며 북한에 회동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물론 비건 대표가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북한과 만날 가능성이 완전히 닫혔다고 볼 수는 없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비건 대표의 회동 제안에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어서 연내 북미가 만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는 연내에 북미접촉이 이뤄질 여지는 상당히 희박해진 게 사실이다.

비건 대화제의에 北 끝내 무응답…한반도 정세 '시계 제로'
미국이 딱히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양보안을 내놓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밝혔던 '새로운 길'로 직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북한이 앞으로 ICBM 카드를 더욱 노골화하며 대미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이 지난 14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두 번째로 '중대한 시험'을 했다며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ICBM용 엔진시험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이달 하순으로 예고한 당 전원회의를 조만간 열어 북미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지난해 4월 결정했던 'ICBM발사 및 핵실험 중단' 방침을 거둬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 뒤 본격적인 '대립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다만 북한이 당장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위성을 얹어 장거리 로켓을 쏘기보다는 당분간 'ICBM 카드'는 손에 쥔 채 소규모 도발로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여기는 ICBM을 쏘는 순간 미국 또한 더 강한 대북 제재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된다면 북한 입장에서도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 입장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해 놓았는데,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이런 중국의 '성의'를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건 대화제의에 北 끝내 무응답…한반도 정세 '시계 제로'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이 가장 큰 관심사로, 북한 문제도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잣대로 다뤄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미국은 여전히 대화의 창은 열어놓은 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한다면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강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적 접근이 실패할 경우 2017년 북미 대치 상황에서 검토했던 것이 많아 금방 대응할 수 있다면서 전략폭격기 전개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다른 한편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외교 업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북한과 협상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게 추측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