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햄릿' 등 기념 공연
영국, 러시아 극단 초청 무대도 마련
창단 70주년 국립극단, 내년 한강 '채식주의자' 세계 초연
내년 창단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이 작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은 18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장 소극장 판에서 개최한 창단 70주년 및 2020년 사업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벨기에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채식주의자'를 내년 5월 6일부터 6월 7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연출의 판-해외연출가전' 일환으로 마련되는 작품은 한국 배우들과 양국 디자이너 협업으로 완성되며, 서울 초연 후 2021년 3월에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공연된다.

외국 무대에 작품을 올릴 한국 연출가로는 올해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를 '휴먼 푸가'란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배요섭 연출이 선정됐다.

그는 2021년 유럽 예술가들과 함께 리에주극장에 신작을 올릴 예정이다.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은 "해외 교류가 작품이나 예술감독 네트워킹 위주였는데 앞으로 극장 대 극장 간 장기적 교류가 돼야 한다"며 "도쿄메트로폴리탄씨어터와 지난 3년간 교류했고, 두 번째 사례가 벨기에 리에주극장이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은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다채로운 작품을 공연해 70주년을 축하한다.

포문을 여는 작품은 배삼식 작가의 신작 '화전가'(2월 28일∼3월 22일)로, 1950년 전쟁 직전 오직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섬세하게 풀어낸다.

기념 레퍼토리로는 창작극 '만선'(4월 16일∼5월 2일)과 번역극 '파우스트'(4월 3일∼5월 3일)를 선정했다.

'만선'에는 국립극단 원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파우스트'에서는 김성녀가 파우스트를 연기한다.

70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 1, 2위를 차지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6월 19일∼7월 26일), '햄릿'(11월 27일∼12월 27일)도 무대에 오른다.

해외 극단 축하 공연도 마련된다.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은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6일)를 선보인다.

관습적 성 역할의 전복, 장애인 배우 캐스팅 등 동시대 정신을 담은 도전적인 작품이다.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은 황금마스크상 수상작 '바냐 삼촌'(5월 28∼30일)을 무대에 올린다.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을 각색 없이 연출로만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극단은 같은 시기에 출범한 국립극장과 함께 내년 4월 29일 국립극장 야외마당에서 기념식을 연다.

이어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장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은 같은 날 시작한 한뿌리 단체여서 상호 축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만선'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고,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을 명동예술극장에 초청해 축하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국립극단은 70년사 편찬, 기념전시, 연극인잔치, 디지털 아카이브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1950년 국립극장의 전속단체인 신협이 '원술랑'을 공연하며 시작됐다.

1962년 명동국립극장 전속 단체로 발족했고, 1973년 남산으로 이전했다.

2010년 재단법인이 되며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이 있는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2015년에는 명동예술극장을 통합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