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지지 의식해 "우린 인민의 정부"…트럼프 인수위 시절과 비슷
英총리 "샴페인 마시러 다보스 가지마"…장관들에 '친서민 명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장관들에게 다음달 스위스 스키 휴양지에서 열리는 연례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구촌 명사들이 모이는 호화판 다보스 포럼에 가서 샴페인을 홀짝홀짝 마시기보다 총선 공약 이행에 힘쓰라는 취지에서다.

18일 로이터통신,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총선 승리 후 가진 첫 내각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자신은 정부를 '인민의 정부'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다보스 포럼을 겨냥해 "우리의 초점은 인민을 위해 공약을 집행하는 것에 있지 억만장자들과 샴페인을 마시는 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에는 전 세계 정치, 재계 지도자들과 유명인사들이 모인다.

현지 언론들은 존슨 총리의 이번 다보스 포럼 불참 지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고위급 미국 관리들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금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기자들에게 억만장자 등이 모인 알프스 산록의 사교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주의적 움직임에 대한 배신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영국 총리들과 선임 장관들은 다보스 포럼에 가서 글로벌 저명인사들과 인맥을 쌓는 데 열심이었다.

존슨 총리도 앞서 런던 시장으로 재직할 때 다보스 포럼에 최소 두 차례 참석해 런던에 대한 투자 유치에 힘쓴 바 있다.

그는 2013년 BBC방송에 다보스 포럼에 대해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존슨 총리가 이번에 엘리트들의 모임인 다보스 출입 금지령을 내린 것은 보수당 출신으로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1987년 압승을 거둔 이후 처음으로 지난주 보수당이 노동자들의 몰표에 힘입어 대승을 거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주로 노동자들이 많은 영국 북부지역에서 수세대 만에 처음으로 터줏대감 격인 노동당을 누르고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80여석이나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존슨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도 보수당의 승리를 '지각 변동'에 비유하면서 "유권자들이 당정을 더 좋게 바꿔준 만큼 우리는 이제 우리나라를 개선함으로써 그들의 신임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회 연설에서도 의회가 "인민의 의회"가 돼야 한다면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완수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존슨 총리가 이번 총선 대승을 거머쥔 것도 노동자들이 그의 브렉시트 완수 의지를 높이 산 반면 제1야당 지도자로서 브렉시트에 어정쩡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버린 데 따른 것으로 데일리메일은 분석했다.

존슨 총리는 명문 이튼 스쿨 졸업 등 엘리트 출신이지만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실직 상태이거나 비숙련직인 노동자들로부터 13%포인트나 노동당에 앞서는 지지를 받았다.

英총리 "샴페인 마시러 다보스 가지마"…장관들에 '친서민 명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