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떠들썩하게 한 고유정 사건…우리에게 뭘 남겼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높은 관심 속 부작용도…경찰, 부실수사 비난에 시스템 보완
내년 2월 선고 전망 "국민 정서 부합한 형벌 내려질까"
충격, 경악, 엽기, 패륜….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의 범행은 2019년 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제주에서 살해한 전 남편의 시신을 경기도까지 이동하며 훼손·유기한 대담한 고씨의 범행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재까지 전남편 시신은 일부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고유정 사건은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을 초래했고, 과도한 '신상털기'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경쟁 등에 대한 성찰과 같은 과제도 남겼다.
◇ 각종 선정적 요소로 높은 관심 모아
이 사건은 잔혹한 범행, 성폭행 진실공방, 거짓말, 부실수사, 신상공개 등 각종 선정적인 요소를 갖춰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계속해서 충격적인 새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애초 이 사건은 경찰 출입기자들 사이에 30대 남성의 실종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씨가 올해 6월 1일 오전 거주지인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긴급체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실종사건이 강력범죄인 살인사건이 된 것.
언론사들은 앞다퉈 고유정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당국은 한달 간 고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7월 1일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고씨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음식물에 희석해 전 남편에게 먹인 뒤 그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봤다.
이어 5월 26∼31일 이 펜션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고씨 가족이 별도로 소유한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서 나머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해 유기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끝이 아니었다.
고씨는 전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검찰은 고씨가 올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 A(5)군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 '신상털기'와 부실수사…끊이지 않은 논란
고유정 사건은 제주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경찰이 여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고씨는 물론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신상털기'가 횡행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고씨 가족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현대판 연좌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씨와 연관 없는 애꿎은 피해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근거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진 탓이다.
제주의 한 렌터카 회사는 '고유정 가족의 회사가 A렌터카로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매출 등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고유정의 범행에 대한 선정적인 면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다룬 언론사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제기됐다.
과도한 보도경쟁이 오히려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고씨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도 제주에서 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인 '제주어멍'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차례 집회를 열어 "변명과 거짓 증언으로 일관하는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실종수사 초동조치 미흡, 범행현장 보존 미흡,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미확보 문제 등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청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기도 했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신유기를 막지 못하는 등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종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
◇ 해 넘긴 재판 어떻게
올해 8월 12일 고유정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한 이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9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다음 10차 공판은 해를 넘긴 내년 1월에 진행된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씨의 구속기한(12월 31일)을 고려한다면, 법원은 이달 중 고씨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려야 했다.
법원이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을 전남편 살해 사건 재판과 병합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재판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두 개의 사건을 결합해 심리하는 만큼 쟁점도 나뉜다.
우선 전 남편 살해 사건의 경우 고유정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이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고씨는 전남편을 살해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시신을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범행을 철저히 계획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졸피뎀 성분이 피해자의 혈액에서 검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와 졸피뎀 사용에 대한 흔적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정황, 살해 직후 펜션 주인과 태연하게 통화한 녹음 내용이 공개되면서 재판은 고씨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한 재판은 현재까지 8차와 9차 공판 두차례 걸쳐 진행됐다.
의붓아들 A군에 대한 국과수 부검 결과 특별한 외상이 없는 상황에서 코와 입이 막혀 질식에 이르는 비구폐쇄 질식사 또는 강한 외력에 눌려 질식에 이르는 압착성 질식사의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A군과 함께 잠을 잔 아버지의 모발에서 독세핀 성분의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으며, A군의 사망 추정 시각에 고씨가 깨어 있었다는 증거가 제시돼 있다.
이 모두 정황증거일 뿐 고씨의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다양한 증거를 통해 누구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혐의가 소명돼야 한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0일까지 고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마무리한 뒤 2월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씨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적 법 감정이나 정서에 부합한 형벌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내년 2월 선고 전망 "국민 정서 부합한 형벌 내려질까"
충격, 경악, 엽기, 패륜….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의 범행은 2019년 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제주에서 살해한 전 남편의 시신을 경기도까지 이동하며 훼손·유기한 대담한 고씨의 범행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재까지 전남편 시신은 일부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고유정 사건은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을 초래했고, 과도한 '신상털기'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경쟁 등에 대한 성찰과 같은 과제도 남겼다.
◇ 각종 선정적 요소로 높은 관심 모아
이 사건은 잔혹한 범행, 성폭행 진실공방, 거짓말, 부실수사, 신상공개 등 각종 선정적인 요소를 갖춰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계속해서 충격적인 새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애초 이 사건은 경찰 출입기자들 사이에 30대 남성의 실종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씨가 올해 6월 1일 오전 거주지인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긴급체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실종사건이 강력범죄인 살인사건이 된 것.
언론사들은 앞다퉈 고유정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당국은 한달 간 고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7월 1일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고씨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음식물에 희석해 전 남편에게 먹인 뒤 그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봤다.
이어 5월 26∼31일 이 펜션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고씨 가족이 별도로 소유한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서 나머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해 유기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끝이 아니었다.
고씨는 전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검찰은 고씨가 올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 A(5)군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 '신상털기'와 부실수사…끊이지 않은 논란
고유정 사건은 제주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경찰이 여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고씨는 물론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신상털기'가 횡행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고씨 가족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현대판 연좌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씨와 연관 없는 애꿎은 피해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근거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진 탓이다.
제주의 한 렌터카 회사는 '고유정 가족의 회사가 A렌터카로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매출 등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고유정의 범행에 대한 선정적인 면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다룬 언론사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제기됐다.
과도한 보도경쟁이 오히려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고씨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도 제주에서 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인 '제주어멍'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차례 집회를 열어 "변명과 거짓 증언으로 일관하는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실종수사 초동조치 미흡, 범행현장 보존 미흡,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미확보 문제 등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청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기도 했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신유기를 막지 못하는 등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종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
◇ 해 넘긴 재판 어떻게
올해 8월 12일 고유정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한 이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9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다음 10차 공판은 해를 넘긴 내년 1월에 진행된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씨의 구속기한(12월 31일)을 고려한다면, 법원은 이달 중 고씨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려야 했다.
법원이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을 전남편 살해 사건 재판과 병합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재판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두 개의 사건을 결합해 심리하는 만큼 쟁점도 나뉜다.
우선 전 남편 살해 사건의 경우 고유정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이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고씨는 전남편을 살해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시신을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범행을 철저히 계획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졸피뎀 성분이 피해자의 혈액에서 검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와 졸피뎀 사용에 대한 흔적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정황, 살해 직후 펜션 주인과 태연하게 통화한 녹음 내용이 공개되면서 재판은 고씨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한 재판은 현재까지 8차와 9차 공판 두차례 걸쳐 진행됐다.
의붓아들 A군에 대한 국과수 부검 결과 특별한 외상이 없는 상황에서 코와 입이 막혀 질식에 이르는 비구폐쇄 질식사 또는 강한 외력에 눌려 질식에 이르는 압착성 질식사의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A군과 함께 잠을 잔 아버지의 모발에서 독세핀 성분의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으며, A군의 사망 추정 시각에 고씨가 깨어 있었다는 증거가 제시돼 있다.
이 모두 정황증거일 뿐 고씨의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다양한 증거를 통해 누구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혐의가 소명돼야 한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0일까지 고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마무리한 뒤 2월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씨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적 법 감정이나 정서에 부합한 형벌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