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제도 도입 후 현역의원 낙마 사례 '0'
"前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총리라니…의회 시녀화·독재 선언" 野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하면서 현역 의원의 내각 행(行) '불패 신화'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의 정 의원이 여야를 넘나들며 신뢰를 쌓아온 덕에 정 의원이 무난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현역 의원의 경우 야당 의원들과도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입법 활동을 함께 하는 만큼 야당의 청문회 공세수위도 비교적 약한 편이다.

국회의원 재산공개와 선거를 통해 이미 공개 검증을 거쳤다는 점도 현역 의원이 무사히 청문회 문턱을 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 검증에 부담을 느끼는 정권 차원에선 현역의원 카드가 안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십명의 의원이 청문회 검증대에 섰지만 낙마한 사례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김부겸·김영춘·도종환·김영춘·이개호·유은혜·김현미·박영선·진영 등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다수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했다.

이낙연 총리도 2017년 정권 교체 직후 총리 지명 당시엔 전남도지사였지만 16∼19대 4선 의원 출신이다.

현역 의원 출신으로 청문회 검증의 벽은 넘어섰지만 여론이 악화해 자진 낙마한 사례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완구 전 총리의 경우 국회 임명동의안은 통과됐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면서 스스로 물러났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로 지명됐지만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등으로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아 인사청문회 나흘 뒤 사퇴했다.

김 전 지사의 경우 현역 의원은 아니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13∼14대 의원을 지낸 박희태 당시 법무부 장관이 이중국적을 가진 딸의 대학 특례 입학 의혹 때문에 열흘 만에 물러난 사례도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세균 의원의 총리 인준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의원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냈던 만큼 입법부 대표라는 상징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로 들어가 국무총리를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장 대안신당 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입법부 수장을 했던 정 전 의장을 행정부의 2인자로 삼겠다니, 삼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라며 "유신독재 시절에나 있음 직한 발상이다.

이런 식이라면 인준 투표 때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청문회까지 오는 것은 수치'라고 반발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전 국회의장인 정 의원을 총리로 지명한 문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선언을 한 것"이라며 "지명을 한 대통령이나, 이를 받아들인 정 의원 모두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상실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즉각 정 의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라"며 "정 의원도 구차한 정치 인생 연명을 위해 국회를 행정부에 갖다 바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쏘아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