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홍콩인 실종 사건 잇따라
홍콩 언론 "中 공안, 시위 참여한 혐의로 연행했을 가능성"
홍콩인, 마카오 가는 대교 건너다 실종…"중국으로 끌려가"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7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한 홍콩 시민이 마카오를 가기 위해 해상 대교를 건너다가 실종됐다.

이 시민은 중국 공안 당국에 끌려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인 40대 찬 모 씨는 지난 13일 오후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를 버스를 타고 건너다가 실종됐다.

지난해 10월 개통한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과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 마카오를 잇는 해상대교로, 6차선 총연장 55㎞의 세계 최장 다리이다.

찬 씨의 가족은 그가 13일 오후 강주아오 대교 중간의 검문소에서 체포됐다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남긴 후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카오 주권반환 20주년을 맞아 18∼20일 마카오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에 주하이 공안 당국은 10일부터 22일까지 강주아오 대교 중간 인공섬에 검문소를 설치, 검문검색을 한다고 밝혔다.

찬 씨의 아들은 아버지와 연락이 끊기자 지난 14일 마카오를 방문했으나 마카오 경찰로부터 찬 씨가 마카오에 입경한 기록이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이후 그는 홍콩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홍콩 입경사무처는 실종 신고를 접수한 후 광둥성 당국과 연락하며 천 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홍콩과 중국 본토의 협약에 따라 중국 본토 당국이 홍콩인에게 체포, 구금 등의 형사 조치를 할 때는 홍콩 정부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협약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인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중국 당국에 끌려가거나 구금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어 홍콩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얘기이다.

지난 8월에는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인 사이먼 정이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에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 당국은 그가 성매매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지만, 사이먼 정은 2주간 감금돼 "영국이 홍콩 시위를 부추기고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실토하라"는 강요를 받으며 고문과 폭행,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6월 초 시작돼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의 배경에는 이와 같은 홍콩인의 실종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지난 2015년 10월 출판업자 람윙키(林榮基)를 비롯한 홍콩인 5명은 중국이 지정한 금서를 출판·판매했다는 혐의로 중국으로 강제 연행돼 구금, 조사를 받았다.

이는 홍콩에서 큰 논란과 반중국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홍콩 정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한 송환법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이 람윙키의 실종 등과 같은 강제 연행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며 지난 6월 초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여왔다.

빈과일보는 찬 씨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중국 공안 당국에 이 사실이 적발돼 연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는 사람들은 인공섬 검문소에서 차량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신분증 검사와 엑스레이 짐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이어 마카오 입경 때도 다시 한번 검문검색을 받는다.

빈과일보는 이 인공섬 검문소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며, 홍콩 시위 때 경찰이 찍은 사진과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는 사람들의 얼굴을 대조해 시위 참여자를 식별, 체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