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업부를 분할하는 기업의 회계처리 부담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혼란을 느꼈던 ‘물적분할 시 별도재무제표 회계처리’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이 기업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감독지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기업이 물적분할 때 모회사의 별도재무제표에 분할 사업부의 자산·부채·손익을 구분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감독지침은 지난 4월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의 물적분할과 관련해 회사 측이 회계기준원에 질의한 데 따른 조치다.

물적분할이란 기업의 특정 사업부문을 떼내 분리하는 것으로 모회사가 분리된 자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구조다. 기존 모회사 주주들이 분리회사의 주주가 되는 인적분할과 차이가 있다. 물적분할은 통상적으로 구조조정 또는 사업부 매각을 위해 이뤄진다.

그동안 물적분할 시 모기업 별도재무제표에 분할 관련 사항을 구분해 표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쟁점이 있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물적분할을 ‘매각’으로 해석해 별도재무제표에 분할과 관련된 사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또 다른 조항에 따르면 물적분할이 ‘단순 교환거래’기 때문에 구분 표시가 필요없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이마트몰, 네이버-네이버웹툰, 롯데쇼핑-롯데컬처웍스 등 최근 3년간 주요 물적분할 시 모두 별도재무제표에 구분 표시를 하지 않았다. 구분 표시를 하면 분할된 사업부문의 자산·부채에 대해 분할 시점 기준으로 공정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별도재무제표상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한다.

금융위는 물적분할 기업의 회계처리와 관련한 혼란이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별도 구분 표시를 하지 않는 회계처리도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물적분할 시점에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있다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에 관련 사항을 구분해 표시하도록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