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행사…'안전하게 일할 권리' 촉구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12월 18일)을 사흘 앞둔 15일 서울에서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에서 문화제를 열고 "더는 죽이지 마라. 노동 안전 보장하라", "노동자는 하나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안타까운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망 소식이 많았다"며 목동 빗물 저류시설, 경북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 대전 금속제조공장, 평택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등지에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이주공동행동 등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6년 71명에서 지난해 13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1∼6월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약 10%(465명 중 42명)가 이주노동자였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유엔 이주노동자권리협약 채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한국은 아직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은 한국에 필요하지만, 우리의 존재와 권리는 부정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아서, 또 이주노동자에게 안전 교육 없이 안전 장비도 주지 않고 일만 시켜서 사망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주공동행동 등은 이주노동자는 고용주의 근로계약 해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현행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 종속시켜 강제노동을 시키는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다"라며 "현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해도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사업장을 옮길 수 없는 것도 산재 사망이 잇따르는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경북 영천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종이 쿠폰을 지급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분을 이용해 신고하지 못하도록 겁박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것이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2019년 한국사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문화제를 마친 뒤 고용허가제 폐지와 최저임금 보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동대문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