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百도 직매입 위주 할인으로…"첫 위반사례 될까 조심"

매년 설을 앞두고 백화점들이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관행적으로 해온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에 올해는 시동조차 걸지 않고 있다.

백화점이 세일을 주도하면 할인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새 지침에 저촉될까 '몸을 사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의 '대규모 유통업 분야 특약매입거래 부당성 심사지침'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롯데백화점은 15일 내년 설(2020년 1월 25일)에 앞서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해마다 설과 추석 50여일 전부터 한 달가량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해왔다.

본 판매에 앞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등을 정상가보다 최대 80%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전 예약 판매는 최근 몇 년간 백화점의 매출을 끌어올렸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매출은 17.7%까지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이 내년 설부터 이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은 새로 시행되는 공정위의 개정 지침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 지침은 백화점이 할인 행사를 할 때 할인분을 판촉비로 보고 절반 이상을 백화점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설 선물세트 할인행사가 이 지침에 저촉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백화점이 아닌 입점 업체가 스스로 할인행사 시행 여부나 내용을 결정했다면 이는 자발적인 결정인 만큼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이 부분을 놓고서도 해석이 분분해 유통업계 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새 지침에 대한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전 예약 행사에 나서기보다는 본 판매에 집중하기로 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이에 대해 "명절선물은 대량 법인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상품권 행사가 집중되는 본 판매 매출 비중이 95%에 달하는 만큼 올해부터는 사전예약 대신 본 판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분위기도 예년과는 다르다.

신세계백화점은 직매입과 협력사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우나 수산물의 경우 직매입 비중이 높은 만큼 공정위 지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도 직매입 상품 위주로 사전 예약 판매 품목을 구성하고 협력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받아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할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범위에 대한 해석이 모호한 상황"이라며 "업계도 김영란법 시행 초기처럼 소위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 새 지침에 '몸조심'…롯데百, 설 선물 사전예약 없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