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박홍규·박지원 지음. 40여년간 전공인 노동법 분야뿐 아니라 미셸 푸코에서 빈센트 반 고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걸쳐 150권이 넘는 책을 쓰고 옮긴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와 박지원 작가가 모두 10차례에 걸쳐 한 대담을 책으로 엮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여름까지 이뤄진 대담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르네상스적 인간'인 박 교수의 독서 편력이다.
박 교수는 진보적 법학자로서 독재, 사법부, 재벌에 분노하는 동시에, 겉으로 사회정의를 외치면서도 뒤로는 제 이득을 챙겨온 '민주인사들'에게도 분노했다.
그래서 '영원한 이단아'인 그는 우리 사회의 '끼리끼리'와 '패거리'를 증오한다.
집단을 사랑하는 사회에서 그가 예찬한 것은 '개인'과 '독서'의 힘이다.
책에서는 조지 오웰, 헤르만 헤세, 루쉰, 례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 한나 아렌트, 헨리 데이비드 소로,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등 수많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견해와 그 책들과 함께 청춘을 보내고 이제 노년에 들어선 김 교수의 인생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독서 이력을 나누며 폭력, 진보, 사회의 변화, 인간의 접촉, 홀로 또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관해서 긴 대화를 나눈다.
박 작가는 "김 교수는 오랫동안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을 꿈꿔왔으나 그의 발은 족쇄처럼 이 땅 위에 묶여 있다.
그래서 그가 언제나 다시 돌아가는 것은 책의 세계"라고 썼다.
사이드웨이. 462면. 1만7천원.
▲ 광장의 법칙 = 한병진 지음.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라고 보는 정치학자가 미시적인 수준에서 광장정치의 본질인 싸움과 투쟁의 작동 과정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싸움의 기술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소시민을 위한 것이다.
특히 정치라는 싸움이 벌어지는 공간인 광장을 중심으로 한 싸움 방식을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광장의 기술로 '체면, 염치에 괘념치 말고 우겨라', '핵심 대중을 준비하라', '가치를 공유하라', '급진주의자를 피하라'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상대를 끌어들여라', '소통의 방법을 찾아라' 등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정치학 관련 서적은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고 주로 구조적 원인을 언급하면서 몇 가지 교훈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분석은 구체적 전략과 전술에 대한 지침을 도출하지 못한 채 그저 '잘하자'는 당위적 주장에 머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자는 "단순히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이기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밝혔다.
▲ 꿈을 그리는 건축가 = 김원 지음.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 '건축발이 글발에 못 미치는 건축가'로 불리는 저자가 그동안 여러 지면에 발표했거나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수시로 써놓았던 수필, 회고담, 칼럼, 평론, 편지, 여행기 등 41편을 모아 책으로 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모기가 왜 자신만 무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기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이론과 사회학적, 역사적 측면을 공부하게 됐다는 이야기나 단골이었던 해장국집과 관련해 고서에 언급된 해장국이나 숙취 해소 방법 등을 소개하는 글들은 그의 인문학적 역량을 드러내 보인다.
바이칼 호수 여행을 언급하며 춘원 이광수의 '유정', 육당 최남선의 '살만교차기(薩滿敎箚記)'나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 초대국립박물관장 김재원의 '단군신화의 신연구', 무엇보다 우리 문화의 시원이라 할 부랴트족 신화 등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전남 보성 벌교에 지어진 '태백산맥 문학관'이나 명동 샬트르 성바오로 수도회 서울관구 성당 등 자신이 담당했던 건물 설계의 취지와 뒷얘기, '우리 헌법상 환경권과 영토 표현' 등 건축가로서 전문가적 견해도 피력한다.
40여년에 걸친 고(故) 김인겸(1945~2018)의 조각 여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조각은 하나의 덩어리'라는 통념을 깨고 여러 부품을 조립해 만든 초기작이 첫 단추다. 주변 건축 환경과 어우러진 대형 설치작업 '프로젝트' 연작이 뒤를 이었다.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개관했을 때 선보인 '프로젝트21-내추럴 넷'은 규모와 구성면에서 크고 복잡해졌다.이듬해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초청으로 파리 생활을 시작하면서 작가는 마지막 변곡점을 맞았다. 많은 게 단순해졌다. 종이 위에 그은 붓질이 면이 되고, 이런 면들이 모여 입체가 된다는 조각의 본질로 돌아갔다. 평면 같은 입체, 또는 입체 같은 평면…. 강철을 종이처럼 구부리고 자른 듯한 '접힌 조각' 시리즈가 태어난 배경이다.대구 봉산동 우손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은 조각적 단순함을 추구한 작가의 말년 작업을 돌아본다. '스페이스리스(Space-Less)'와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20여점이 나와 있다. 김 작가의 딸인 김재도 홍익대 초빙교수가 전시 기획을 맡았고, 아들 김산 작가가 작품을 촬영했다.두 연작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듯 조응한다. '스페이스리스'는 넓적한 미술 도구인 스퀴즈로 물감과 먹을 얇게 펴 바른 종이 작업이다. 종이 위에 여러 층의 면을 겹쳐 그리며 입체감을 표현했다. '빈 공간'은 이런 이미지를 3차원 모형으로 구현한 조각이다. 강철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작됐지만 오히려 평면성이 두드러진다.1996년 파리로 건너간 작가가 '접힌 조각'을 내놓자 미술계에선 의아해했다. 이전해 베네치
Was du geschlagen, was du geschlagen, zu Gott zu Gott(당신이 지고 있는 고뇌, 신에게)말러 교향곡 2번의 피날레를 노래하는 성악인들의 외침.지난 2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는 Off-stage(무대 외 장소에서의 연주)가 있던 까닭에 무대 뒤의 공간에는 지휘자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들이 설치돼 있었다. 연주회의 마에스트로였던 정명훈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클라이맥스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이르러 함께 그리고 분명히 노래했다. ‘신에게’, 다시 ‘신에게’를 발음하는 지휘자의 얼굴에서 말러 교향곡 9번을 녹음하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도이치 그라모폰이 말러 교향곡 9번을 녹음하던 이틀– 2013년 8월 29일과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객석에서 바라보면 왼편 구석 4m 높이로 시추봉처럼 차임벨이 솟아있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오르는 15cm 높이의 첫 단부터 다양한 타악기가 자리한 마지막 60cm 높이의 단까지의 앞뒤 거리는 7m 50cm다. 오른편 구석에는 콘트라베이스 12대가 누워있다. 검은색 마이크는 무대 전체를 휘감은 듯 바닥에 놓여 있다. 마지막 연습을 앞둔 8월 30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풍경이다. 라이브로 녹음된 음반을 들으며 음악회 공간을 상상하고, 자신이 청중으로 참여했던 그 기억을 기념하고자 하는 애청자분들에게 감상을 더 할 수 있는 팁 두 가지를 드리겠다.먼저 1100페이지에 달하는 <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에 담긴 구절을 잠깐 읽어 보는 일. "첨언하건대 말러 9번을 너무 자주 듣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곡은 영혼을 너무 심하게 자극한다. 필자는 이 곡을 하루에 3번 이상 듣
'엘레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가 후배들과의 무대를 끝으로 66년 음악 인생을 마무리한다.이미자는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콘서트를 함께 할 예정인 주현미, 조항조도 자리했다.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이후 '동백 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님' 등의 곡을 히트시키며 66년간 전통가요의 뿌리를 지켜왔다. 애절하고 깊은 목소리로 6·25 전쟁 이후 우리 국민의 애환을 달래온 대표적인 가수다. 2023년에는 대중음악인 가운데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이날 이미자는 '은퇴 아닌 은퇴 선언'을 했다. 그는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때"라고 말했다. 이어 "단을 내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다. '노래를 할 수 없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은퇴라는 말 대신,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이미자가 말한 '이것'은 오는 4월 26~27일 서울 종로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 등과 함께하는 공연 '맥을 이음'을 의미했다.이미자는 "주옥같은 전통가요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대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을 마련해 공연할 수 있게 됐다. 맥이 끊겨버릴 줄 알았는데 이을 기회가 와서 충분히 마무리를 충분히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해당 공연을 끝으로 더 이상의 공연이나 음악 녹음은 없고, 다만 후배들에게 조언해야 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