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위하여·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 = 이수연 지음.
공황장애와 식이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던 저자는 어느 순간부터 수없이 '자살'을 떠올리게 되고 담당하던 정신과 의사에게 이를 고백한다.

자살을 결행하기 직전 마음을 돌려 마지막 끈을 잡는 심정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저자가 자신의 투병 과정, 생소하기만 했던 정신병원의 이모저모,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전하는 충고 등을 엮어 책으로 냈다.

저자는 주치의와 상담하면서 점점 자신의 슬픔과 상처를 대면하게 되며 주치의의 제안으로 자서전을 써보고 그 안에서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했던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서서히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밟아나간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도 정신병원에 입원해도 되는 건지 걱정했으나 오히려 그런 저자의 손을 잡고 치료와 병동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은 자신처럼 이해가 필요한 보통 사람들이란 점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우울이라는 것이 나의 전부를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도 우울하겠지만 작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신간]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나의 엄마와 나

▲ 나의 엄마와 나 = 김문음 지음.
방송국 구성작가 출신인 저자가 25년 전에 세상을 떠난 엄마를 추억하며 쓴 책이다.

실향민 출신인 엄마는 그 시절 많은 이들이 그랬듯 갖은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그리고 딸인 저자에게 막말하고 때리며 자존심을 짓밟기 일쑤였다.

엄마가 가장 많이 했던 욕은 "애비 닮은 년"이었다.

때로는 "네 머리를 깨서 가루로 만들어 마셔도 내 분은 안 풀린다"라거나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넌 평생 사람 구실 못한다.

알간? 니가 사람 구실하게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렇게도 억세던 엄마가 담낭암이라는 치명적 병을 진단받고 단 두 달 만에 '알갱이 빠진 마른 옥수수 대'처럼 변했다.

그러던 엄마가 저자와 단둘이 있게 된 어느 날 엄마는 느닷없이 "내가 널 평생 무서워했다"라는 말을 던진다.

의아해하는 저자에게 엄마는 "니가 잘난 사람이다.

이걸 명심해라. 내가 머리털 나고 여태까지 너처럼 대 센 사람을 못 봤다"라고 하고선 "나를 밟아라. 그래야 니가 산다"라는 뜻 모를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저자는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던 엄마의 이 말에 어느덧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것은 "수십 년에 걸친 저주의 에너지에 맞설 만큼 힘이 센" 말이었다.

글항아리. 208쪽. 1만4천원.
[신간]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나의 엄마와 나
▲ 아빠를 위하여 = 석동연 지음.
77세에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빠를 그리며 진단, 투병, 사망의 전 과정과 아빠와 나눴던 추억을 만화 형식으로 기록했다.

아빠는 투병하면서 "항암 치료 중에 뭘 잘 먹을 수 있는지 다른 환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딸은 "내가 나중에 꼭 그럴게"라고 약속했다.

저자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만든 이 책에 암 환자와 그 가족, 혹은 암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정보가 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암 판정을 받았던 날, 아빠에게 여명을 알려야 했던 순간, 가족과 함께 하는 마지막 생일 등은 말기 암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슬픈 일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지만, 가족 간 살가운 사랑 이야기,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의연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아빠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암 전문의이며 자신도 암으로 세상을 잃은 아버지를 회고하는 에세이를 썼던 김선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감수했다.

북로그컴퍼니. 212쪽. 1만5천원.
[신간]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나의 엄마와 나

▲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수지 홉킨스 지음, 전하림 옮김.
문득문득 엄마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괴로웠던 딸이 차라리 다가올 현실을 직면하기로 결심하고 엄마에게 엄마의 죽음 이후 해야 할 일에 대한 지침서를 써 줄 것을 부탁한다.

신문기자 출신 작가인 엄마는 크게 웃으면서 승낙했고 자신이 죽은 뒤 날짜별, 단계별로 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썼고 일러스트레이터인 딸이 그림을 그려 이 책을 만들었다.

엄마는 'D+1일' 파히타를 만들면서 울고 싶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라고 조언한다.

'D+4일'에는 신문사에 보낼 부고를 쓰되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평화로운 임종을 맞았습니다"라거나 "그녀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지혜와 사랑과 빛을 베풀었습니다' 같은 상투적이고 재미없는 말들은 제외하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엄마의 죽음이 초래한 충격을 딛고 순조롭게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뿐만 아니라 그 후 결혼, 출산, 직장생활 등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세한 충고를 하면서 엄마를 잊지 말고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려 줄 것도 당부한다.

에프. 144쪽. 1만5천500원.
[신간]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나의 엄마와 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