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창립 10주년 맞은 아시안프렌즈…이남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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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의지만으로 버텨온 것 대견"…"다정극단 순회공연 추진하고파"
"다문화 지원단체나 국제개발협력 NGO(비정부기구) 가운데 대부분이 생긴 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종교적 배경이나 기업 후원도 없고, 널리 알려진 명망가가 있는 것도 아니며, 거창한 이념을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의지만으로 10년을 버텨왔으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깁니다"
2일 서울 성동청소년수련관 세미나실에서는 국제개발협력단체 아시안프렌즈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칭찬과 격려를 서로 주고받은 뒤 새로운 10년을 향해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다짐했다.
12일 서울 성동구 아시안프렌즈 사무실에서 이남숙(65) 이사장을 만나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기념식 때 받은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으로 "아시아의 가난한 이웃을 돕자는 소박한 소망이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시안프렌즈는 2009년 4월 25일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첫 발을 내디뎠다.
김준식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관장이 주성수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등과 함께 2007년 12월부터 매달 개최해온 연구 모임 '글로벌 포럼'이 모태가 됐다.
이남숙 이사장도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어 교사로 봉사하다가 글로벌 포럼에 참여한 인연으로 창립 이사가 됐다.
한국전력공사 홍보실을 거쳐 한국원자력문화재단(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미디어실장을 지낸 그는 김준식 초대 이사장에 이어 2015년 3월부터 아시안프렌즈를 이끌고 있다.
"전 세계 빈곤층의 3분의 2가 아시아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인구는 10억 명에 달하죠.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도 대부분 아시아인입니다.
우리 모두 '아시안의 벗'이 돼 이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아시안프렌즈를 결성했죠. 4월에 창립됐지만 송년 행사와 합쳐 치르는 게 좋겠다고 해 지난주 생일잔치를 열었습니다"
아시안프렌즈는 몽골 바가노르에서 청소년꿈나무센터와 미용직업훈련학교를 운영하는가 하면 빈곤 어린이들에게 기초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 오르차와 베트남 구찌에는 각각 마을학교와 희망장학회를 설립했고 미얀마·필리핀·스리랑카 등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주민에게 긴급 자금을 빌려주는 'SOS 무지개 은행', 다문화 사회교육, 난민 한국어교실, 다문화 자조모임 지도자교실, 이주민 한국 사회문화 이해교실, 결혼이주여성 건강 리더 양성 등 국내 사업도 꾸준히 펼쳐왔다.
서울여대와는 '글로벌 서비스 러닝' 프로젝트를 마련해 2010년부터 '제3세계와 국제개발협력' 수강생이 아시안프렌즈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봉사와 답사를 겸한 '나눔여행'도 창립 이래 70여 회 진행되는 동안 800명가량이 참여했다.
올해도 서울여대생 등이 29일과 30일 각각 캄보디아·베트남과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올해는 10주년 기념식 말고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3개나 치르느라 내내 정신이 없었어요.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된 다정극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16일과 17일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세 번째 작품 '네 목소리를 보여줘'(기획 이남숙·연출 유지원)를 선보였습니다.
앞서 두 차례 공연에서는 세트도 조명도 없이 그야말로 맨땅에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에는 서울시 지원으로 그럴 듯한 무대를 꾸밀 수 있었죠"
배우로 출연한 프랑스 출신의 신에바 씨는 "우리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피력했고,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배우 홍안나 씨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연극으로 가장 소중한 우리 마음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 좋았다"며 뿌듯해 했다.
암 투병 중인 일본인 야마구치 히데코 씨는 "내 체험담과 한일 가정 2세 이야기를 극본에 담았다"면서 "비슷하고도 각기 다른 이주여성들의 사연을 함께 나누며 울고 웃은 기억이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8일에는 '두뇌 과학 이론을 활용한 베트남어 교육-엄마와 함께하는 신짜오 베트남어'를 마무리하고 발표회를 열었다.
한국어학 박사를 취득한 베트남인이 강사로 참여해 6월부터 다문화가정 자녀 17명을 대상으로 집합교육 7회, 방문교육 57회를 실시했다.
"다문화 자녀를 이중언어 인재로 키우자는 말을 많이 해도 정작 결혼이주여성들은 시부모와 남편의 반대로 모국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잘 모르고 교재도 없는 형편이죠. 우리는 결혼이주여성부터 가르쳤어요.
왜 아이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알려줬습니다.
이것만 갖추면 아이에게는 엄마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거든요.
한 달에 한 차례씩 모여서는 베트남 전래동화와 노래도 배우고 서로 경험을 나누도록 했죠"
7월 22∼24일에는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다문화 청소년 인생설계 내비게이터십 프로그램'을 마련해 40여 명에게 어떻게 인생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찾아 나갈지 알려줬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밝고 재능도 많아 이제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아시안프렌즈라는 작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왔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어야죠. 도서관, 아동·청소년 꿈나무센터, 여성 직업훈련학교,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 등을 갖춘 복합복지문화관 '꿈나눔센터'(DSC)를 몽골 바가노르와 인도 오르차에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정극단을 상설 운영하며 지방 순회공연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에요.
어렵게 극본을 쓰고 연기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이틀만 공연하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잖아요"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회원 200여 명이 내는 후원금으로는 지금 하는 일도 벅차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으로 근근이 꾸려가고 있지만 이 이사장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다들 살기가 팍팍하다고 느껴서인지 10년 전보다 후원하고 기부하는 분위기가 많이 줄었어요.
그나마도 대형 단체로 몰리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 우리 같은 단체는 재정 압박을 크게 받죠. 하고 싶기도 하고 꼭 해야 하는 사업을 예산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잦아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연말을 맞아 후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려 달라고 하자 이 이사장은 테레사 수녀의 시 한 대목으로 대신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 따라서 당신도 시작할 수 있고 나도 시작하는 것입니다 / 나는 한 사람을 붙잡습니다 /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 수만 명의 사람을 붙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연합뉴스
우리는 종교적 배경이나 기업 후원도 없고, 널리 알려진 명망가가 있는 것도 아니며, 거창한 이념을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의지만으로 10년을 버텨왔으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깁니다"
2일 서울 성동청소년수련관 세미나실에서는 국제개발협력단체 아시안프렌즈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칭찬과 격려를 서로 주고받은 뒤 새로운 10년을 향해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다짐했다.
12일 서울 성동구 아시안프렌즈 사무실에서 이남숙(65) 이사장을 만나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기념식 때 받은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으로 "아시아의 가난한 이웃을 돕자는 소박한 소망이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시안프렌즈는 2009년 4월 25일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첫 발을 내디뎠다.
김준식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관장이 주성수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등과 함께 2007년 12월부터 매달 개최해온 연구 모임 '글로벌 포럼'이 모태가 됐다.
이남숙 이사장도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어 교사로 봉사하다가 글로벌 포럼에 참여한 인연으로 창립 이사가 됐다.
한국전력공사 홍보실을 거쳐 한국원자력문화재단(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미디어실장을 지낸 그는 김준식 초대 이사장에 이어 2015년 3월부터 아시안프렌즈를 이끌고 있다.
"전 세계 빈곤층의 3분의 2가 아시아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인구는 10억 명에 달하죠.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도 대부분 아시아인입니다.
우리 모두 '아시안의 벗'이 돼 이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아시안프렌즈를 결성했죠. 4월에 창립됐지만 송년 행사와 합쳐 치르는 게 좋겠다고 해 지난주 생일잔치를 열었습니다"
아시안프렌즈는 몽골 바가노르에서 청소년꿈나무센터와 미용직업훈련학교를 운영하는가 하면 빈곤 어린이들에게 기초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 오르차와 베트남 구찌에는 각각 마을학교와 희망장학회를 설립했고 미얀마·필리핀·스리랑카 등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주민에게 긴급 자금을 빌려주는 'SOS 무지개 은행', 다문화 사회교육, 난민 한국어교실, 다문화 자조모임 지도자교실, 이주민 한국 사회문화 이해교실, 결혼이주여성 건강 리더 양성 등 국내 사업도 꾸준히 펼쳐왔다.
서울여대와는 '글로벌 서비스 러닝' 프로젝트를 마련해 2010년부터 '제3세계와 국제개발협력' 수강생이 아시안프렌즈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봉사와 답사를 겸한 '나눔여행'도 창립 이래 70여 회 진행되는 동안 800명가량이 참여했다.
올해도 서울여대생 등이 29일과 30일 각각 캄보디아·베트남과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올해는 10주년 기념식 말고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3개나 치르느라 내내 정신이 없었어요.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된 다정극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16일과 17일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세 번째 작품 '네 목소리를 보여줘'(기획 이남숙·연출 유지원)를 선보였습니다.
앞서 두 차례 공연에서는 세트도 조명도 없이 그야말로 맨땅에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에는 서울시 지원으로 그럴 듯한 무대를 꾸밀 수 있었죠"
배우로 출연한 프랑스 출신의 신에바 씨는 "우리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피력했고,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배우 홍안나 씨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연극으로 가장 소중한 우리 마음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 좋았다"며 뿌듯해 했다.
암 투병 중인 일본인 야마구치 히데코 씨는 "내 체험담과 한일 가정 2세 이야기를 극본에 담았다"면서 "비슷하고도 각기 다른 이주여성들의 사연을 함께 나누며 울고 웃은 기억이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8일에는 '두뇌 과학 이론을 활용한 베트남어 교육-엄마와 함께하는 신짜오 베트남어'를 마무리하고 발표회를 열었다.
한국어학 박사를 취득한 베트남인이 강사로 참여해 6월부터 다문화가정 자녀 17명을 대상으로 집합교육 7회, 방문교육 57회를 실시했다.
"다문화 자녀를 이중언어 인재로 키우자는 말을 많이 해도 정작 결혼이주여성들은 시부모와 남편의 반대로 모국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잘 모르고 교재도 없는 형편이죠. 우리는 결혼이주여성부터 가르쳤어요.
왜 아이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알려줬습니다.
이것만 갖추면 아이에게는 엄마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거든요.
한 달에 한 차례씩 모여서는 베트남 전래동화와 노래도 배우고 서로 경험을 나누도록 했죠"
7월 22∼24일에는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다문화 청소년 인생설계 내비게이터십 프로그램'을 마련해 40여 명에게 어떻게 인생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찾아 나갈지 알려줬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밝고 재능도 많아 이제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아시안프렌즈라는 작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왔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어야죠. 도서관, 아동·청소년 꿈나무센터, 여성 직업훈련학교,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 등을 갖춘 복합복지문화관 '꿈나눔센터'(DSC)를 몽골 바가노르와 인도 오르차에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정극단을 상설 운영하며 지방 순회공연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에요.
어렵게 극본을 쓰고 연기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이틀만 공연하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잖아요"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회원 200여 명이 내는 후원금으로는 지금 하는 일도 벅차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으로 근근이 꾸려가고 있지만 이 이사장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다들 살기가 팍팍하다고 느껴서인지 10년 전보다 후원하고 기부하는 분위기가 많이 줄었어요.
그나마도 대형 단체로 몰리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 우리 같은 단체는 재정 압박을 크게 받죠. 하고 싶기도 하고 꼭 해야 하는 사업을 예산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잦아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연말을 맞아 후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려 달라고 하자 이 이사장은 테레사 수녀의 시 한 대목으로 대신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 따라서 당신도 시작할 수 있고 나도 시작하는 것입니다 / 나는 한 사람을 붙잡습니다 /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 수만 명의 사람을 붙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