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윙, 시작이 좋아야 잘 꼬이죠…왼쪽 어깨 들지 말고 쭉~ 미세요"
어느 날 공이 정말 잘 맞을 때가 있죠. 힘 안 들이고 쳤는데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쭉쭉 날아가고 거리도 남부럽지 않게 나는 날 말입니다. 말하자면 ‘그분’이 오신 날인데, 그때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사실 ‘골프가 안 되는 101가지 이유’ 중 101번째 이유가 ‘이상하게 안 맞네!’라잖아요. 잘 맞는 날도 ‘이상하게 잘 맞네!’이지 딱히 손에 잡히는 이유가 없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헐레벌떡 골프장에 도착해 티오프에 늦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날, 새로 배운 기술을 시험하지도, 할 수도 없고, 타수든 거리든 욕심을 낼 처지가 아니었을 때 벼락처럼 ‘인생골프’를 치고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내는 경우가 그런 사례 중 하나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때가 아니었을까요. 욕심과 부담감 대신 ‘가벼움’이 충만했고, 넘치는 힘 대신 ‘부드러운 리듬감’이 살아났으며, 어떤 기술도 쓰지 않은, 그래서 그냥 툭툭 쳤던 기억….

오른발, 머리 살짝 여는 오픈 셋업 유리

사실 간단한 이유 덕분이죠. 힘 빼고 천천히, 살살. 이외에 더 중요한 골프의 미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얘깁니다. 그래서 자주 잊어버리는.

스윙 어딘가에 고장이 난 듯한 느낌이 든다면 이런 ‘경구’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이 기술적 보완이고요. 기술로 들어가면 시작이 중요하죠. 회전을 잘할 수 있는 준비자세, 즉 셋업을 만드는 겁니다.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살짝 여는 셋업이 우선 도움이 됩니다. 머리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놓고(왼쪽 눈으로 공을 째려보듯) 백스윙을 시작하는 것도 백스윙이 잘 안 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공을 뒤로 밀어내며 백스윙 효과적

그다음이 ‘밀어’입니다. 아마도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이걸 ‘들어’나 ‘올려’로 실천하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많을 겁니다. 골프 스윙은 회전운동이 주이지 직선운동이 주가 아니기 때문이죠.

왼쪽 어깨를 타깃 반대방향으로 리드미컬하게 밀어주는 게 첫 번째입니다. 헤드 무게에 관성의 힘이 더해져서 어깨가 오히려 달려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이런 경우 코킹도 헤드 무게로 저절로 되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금상첨화이고요.

곧바로 번쩍 들어올리는 걸 방지하는 연습으로는 공 2개를 이용한 ‘밀어내기 백스윙’이 좋아요. 타깃 방향으로 보내려는 공은 평소대로 플레이트에 올려놓은 뒤 다른 공 한 개를 공에서 약 30㎝ 뒤에 올려놓는 게 준비입니다. 그다음 백스윙할 때 뒤에 있는 공을 밀어내면서 시작하는 겁니다. 공 한 개를 친 뒤에 다시 뒤로 밀려난 공을 주어오는 번거로움이 있어 귀찮은 연습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껏 이만큼 좋은 연습법을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랜 시간 하지 않아도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저는 이 밀어내기 연습을 강조할 때마다 대선배인 박세리 프로 얘기를 빼놓지 않는답니다. 세계적 골프 인스트럭터인 데이비드 리드베터(미국)를 사사한 선배는 정말로 거짓말 안 하고 하루 종일 이 동작만 반복했고, 그걸 제 눈으로 봤거든요. 많은 프로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연습을 3개월만 참아내면 백스윙의 끝을 본다”고요. 이제 긴 겨울의 시작입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