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면 봉성리서 시집 출판기념회…마을 특징·애환 노래
보령서 주민정서 담은 마을시집 출간…노인 구술시 38편도 실려
'이번 가을 놀이 때 가? 안 가?/ 저기 어디 남쪽으로 간다든지/ 간다고? 부부동반 혀 갈 거지?/ 다 늙어서 살날이 많지 않은디 마누라랑 같이 가야 좋지/ 남새스러워? / 뭐가 남새스러워/ 웬만하면 마누라랑 같이 가'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에 사는 임양빈(83) 할아버지의 구술시(글이 아닌 입으로 전달되고 만들어지는 시) '가을 놀이'의 일부다.

12일 이 마을 복지회관에서는 마을 노인들의 구술시 등을 담은 시집 '2019 봉성리 사람들'(도서출판 심지)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봉성리 시&숲 문화예술학교(교장 김유제)가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봉성리 시 창작 교실 및 서예 교실'을 마감하는 일종의 마을 잔치로 펼쳐졌다.

시집에는 마을 노인 구술시 38편, 귀향·귀촌인 창작시 17편, 전문시인 신작시 25편 등 총 80편이 실렸다.

봉성리 주민 20여명은 바쁜 농사일 속에서도 틈틈이 짬을 내 구술시와 창작시를 써왔다.

이번에 발간된 시집 중 가장 주목받는 시는 봉성리 노인들의 육성을 담은 구술시다.

시집에 실린 시 대부분이 봉성리의 특징과 애환을 노래한 일종의 마을 시집이라 할 수 있다.

노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으면서도 깊은 예술적 향취를 주는 구술시는 이 마을 노인과 전문 시인의 공동 창작 농민시란 점도 관심을 모은다.

보령서 주민정서 담은 마을시집 출간…노인 구술시 38편도 실려
지금까지 한 마을의 특징과 애환을 집중적으로 노래한 시집은 '2019 봉성리 마을'이 처음이라고 봉성리 시&숲 문화예술학교는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전문학관 관장인 이은봉 시인의 '봉성리 마을의 돌'이란 시를 새긴 시비와 임기석 보령연서회 회장의 '문예창달'이란 글씨를 새긴 서예비 제막식도 거행됐다.

시비와 서예비는 봉성리 시&숲 문화예술학교 교장인 김유제 시인(석수장인)이 직접 보령의 명석인 애석으로 제작, 설치했다.

김유제 교장은 "마을 주민 상당수가 시를 쓰고 한마음 한뜻으로 시집도 발간한 것은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일"이라며 "앞으로 문학을 통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