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론, 의총서 협상론 압도…"장렬히 전사하는 모습 보여야"
선거법 통과 가정해 '비례대표 타깃 페이퍼 정당' 창당론 거론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위해 협상보다 초강경 투쟁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12일 이틀째 국회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농성을 이어갔다.

한국당 의원들 역시 10명 안팎으로 1개 조를 이뤄 황 대표와 함께 릴레이 숙식 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당은 로텐더홀 바닥에 붉은색 글씨로 '나를 밟고 가라'는 문구를 새긴 대형 현수막도 깔았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에서는 '목숨을 건 투쟁' 등 극단적인 구호도 쏟아졌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협상론도 일부 나왔지만 강경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패스트트랙 공조를 막지 못할 운명이라면 여론의 공감을 사고 지지층 결집을 이룰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협상도 물 건너 갔다.

어떻게 하면 '잘 밟히느냐'만 남았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한 뒤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을 보수층에게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협상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한국당 내 강경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한 묘수를 찾지 못하면서 당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전략 전반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지난 4월 막 오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제1야당이 패스트트랙을 막지 못하면 보수우파 대분열이 오고, 보수우파 궤멸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며 "지난 1년 동안 무대책으로 끌려다니면서 정치망에 갇힌 물고기 신세처럼 민주당의 노리개가 되어 버린 야당도 크나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도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한 중진의원은 의총에서 "내일이 결전의 날인데 지도부는 여태까지 무엇을 했나. 협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임 원내지도부가 군소정당과의 대화를 끊어놓은 것이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4+1 협의체가 예고됐으나, 지도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은 의원직 총사퇴를 외칠 시기도 놓쳤다. 4월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시 모두 내려놨어 했다"며 "아니면 심재철 신임 원내지도부가 들어섰을 때 여당에 일 대 일 담판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페이퍼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가정하에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은 지역구 의원만 공천하고, 페이퍼 정당인 이른바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의총에서도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해온 논리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라 페이퍼 정당이 국민의 공감을 얻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