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역지사지해야"…개의 52분만에 정회
與 "민생법안 못미뤄", 한국당 "관례 무시 진행"…본회의서 공방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치 물러섬 없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여야 3당 교섭단체의 예산안 협상이 결렬된 채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열린 회의에서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회의 진행 방식을 문제 삼았고, 민주당은 민생 입법을 지연시킬 수는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본회의는 10시 56분에 개의했다.

이에 한국당은 "자료도 없는 뭘 하자는 것이냐", "자료를 줘 자료를"이라며 잠시 반발했지만, 상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일부 표결에 참여했다.

그 결과 국가인권위원회 신임위원 선출안을 시작으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청해부대와 아크부대의 파병 연장안 등 16개 안건이 통과됐다.

당초 한국당은 파병 연장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었다.

하지만 실제 토론에 나서지는 않으면서 표결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카자흐스탄공화국 간의 수형자 이송 조약 비준 동의안'의 의결 직후 여야의 공방이 시작됐다.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법에 따르면 당일 의사 일정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와의 충분한 협의와 합의를 거친 뒤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 오랜 관례"라며 "하지만 (이번 본회의에선) 어떤 안건이 어떤 순서로 올라오는지 직전까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의사진행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관례를 무시한 의장의 일방적, 단독적 의사 일정 변경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며 문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시급한 민생에 대해서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국민 앞에 말씀드린다"며 "오늘 오래 기다린 국민이 원하는 민생 법안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예산안도 흔들림 없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의사 진행과 관련된 한국당의 그간 행태를 볼 때 참으로 의구심이 든다"며 "의장이 한치 흔들림 없이 의사를 진행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與 "민생법안 못미뤄", 한국당 "관례 무시 진행"…본회의서 공방
장내에서는 의원들이 "조용히 해봐", "누가 반말했어"라는 고성을 서로 주고받는 장면도 벌어졌다.

이에 문 의장은 다산 정약용의 사지론(四知論)을 언급, "참으세요.

역지사지하세요"라며 "진실에 대해서 넷은 안다.

당사자, 즉 여야 대표들과 하늘과 땅이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고 했다.

회의는 개의 52분만인 11시 48분에 정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