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과반 확보 시 내년 1월 말 브렉시트…연말까지 전환기간
'헝 의회' 출현 시 정부 구성 합종연횡 전망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英 총선 결과에 달렸다
영국 조기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결과에 영국은 물론 유럽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3년 이상 영국과 유럽에 혼란을 물고 온 브렉시트의 향방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관심사항은 집권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하느냐는 점이다.

앞서 영국은 2016년 6월 실시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전체의 52%인 1천740만명이 EU 탈퇴에, 48%인 1천610만명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이후 브렉시트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과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잇따라 부결되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7월 말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천신만고 끝에 EU와 재협상 합의에 성공했지만, 역시 의회의 벽에 부딪히자 의회 해산 후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

보수당 의석이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데다, 그동안 사실상의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하원 의석수는 모두 650석으로, 326석이 과반 기준이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서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존슨 총리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말 EU에서 탈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영국과 EU 간 합의에 따라 2020년 말까지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전환(이행)기간으로 설정돼 있어 브렉시트를 단행하더라도 당장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영국과 EU는 전환기간 내 미래관계를 위한 협상에 나서게 된다.

문제는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역협정을 비롯한 새 미래관계 합의에 이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협상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양측은 전환기간을 연장해야 하지만, 존슨 총리는 그동안 이같은 시나리오를 부인해 온 만큼 또 다른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다.

보수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동당이 선전하면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또다시 출현할 수 있다.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英 총선 결과에 달렸다
'헝 의회'는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2017년 조기 총선에서도 '헝 의회'가 연출되자 보수당은 DUP의 도움으로 정부를 구성했다.

만약 이번에도 '헝 의회'가 출현하면 존슨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다른 중소정당을 끌어들여 정부 구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은 다시 DUP에 기댈 가능성이 크지만 DUP는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이에 따라 과반 확보에 실패한 보수당이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당은 제3당이 유력한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손을 잡을 공산이 크다.

이미 SNP는 '헝 의회'가 재현되면 노동당 정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SNP는 그 대가로 노동당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개최를 요구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는 300년 이상 영국의 일원으로 지내오다가 지난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독립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이후에도 중앙정부에 분리독립 제2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은 정권을 잡으면 초반부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미 밝혀 양측이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별개로 노동당은 정권을 잡으면 6개월 이내에 EU 잔류를 선택지 중 하나로 제시하는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빈 대표는 자신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노동당 지도부 중 상당수는 이미 EU 잔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SNP와 자유민주당, 웨일스민족당 등은 이번 총선에서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