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거인멸' 유죄 판결한 재판부 "분식회계는 결론 안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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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늑장수사와 삼성 대응 방식 등에 이례적 쓴소리
"상사 지시 맹목적 수행,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 문화인지 의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사건의 첫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의혹의 '본류'인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그러면서 여전히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검찰과, 수사에 떳떳하게 대응하지 못한 삼성 양측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9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 임직원 8명에 대한 선고 과정에서 "주문을 선고하기 전에 몇 가지를 언급하려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과 양형 이유 등을 설명한 뒤 주문을 읽기 전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은 증거인멸 사건"이라며 "증거인멸의 대상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등 사건에 대한 판단과 관련 없이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었고, 본안 재판이 열리면 치열하게 다툴 쟁점이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증거인멸 사건을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며 "분식회계 쟁점에 대해서는 어떤 최종적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삼성 임직원들은 증거인멸 행위의 대상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주장해 왔다.
증거인멸 행위의 죄책을 묻는 것은 국가 형사사법 기능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분식회계 자체가 사실이 아니므로 이를 처벌하려는 형사사법 기능 역시 침해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변호인들은 적어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만이라도 확인한 뒤 증거인멸 의혹 사건 선고를 내려달라고 호소해 왔다.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선고를 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해명'을 한 셈이다.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나열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의 공정성 시비, 이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 등 그간의 흐름이 열거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의 상장 등을 이용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승계작업의 성격이 있다'고 판시한 내용도 거론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의혹들의 실체를 판단하기보다는 '거론됐다는 사실'에 주목해 증거인멸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 의혹이 형사사건이 되리라고 예측할 수 있었고, 적어도 장차 수사·재판 과정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증거인멸 행위로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 임직원들이 'JY'(이재용 부회장), 'VIP', '미전실', '부회장' 등 키워드를 이용해 자료를 삭제한 것 등을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인멸된 자료들이 수사가 개시될 형사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선고 없이 증거인멸 사건의 선고를 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도 감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사건 공소장의 기재 내용 중 범행의 배경·동기 등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및 그에 관련된',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행된' 등의 문구는 직권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증거인멸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형사사건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형을 정할 때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오직 수사 개시가 예견된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해 국가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할 우려를 야기했다는 부분만 고려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형량을 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서 수 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이후 기소돼도 범죄 성립 여부와 법리 등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또 "피고인들은 삼성그룹이 2016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5회 압수수색을 당하고, 이후에도 7∼9월 21회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당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자료를 삭제하는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며 "이 주장에 경청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재판부는 "스스로 떳떳하다면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의 오해는 숨길 것이 아니라, 공개해 해명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이런 사정이 범행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만일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부하직원들이 상사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수행한 것이라면, 그것이 과연 세계적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 문화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상사 지시 맹목적 수행,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 문화인지 의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사건의 첫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의혹의 '본류'인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그러면서 여전히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검찰과, 수사에 떳떳하게 대응하지 못한 삼성 양측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9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 임직원 8명에 대한 선고 과정에서 "주문을 선고하기 전에 몇 가지를 언급하려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과 양형 이유 등을 설명한 뒤 주문을 읽기 전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은 증거인멸 사건"이라며 "증거인멸의 대상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등 사건에 대한 판단과 관련 없이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었고, 본안 재판이 열리면 치열하게 다툴 쟁점이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증거인멸 사건을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며 "분식회계 쟁점에 대해서는 어떤 최종적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삼성 임직원들은 증거인멸 행위의 대상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주장해 왔다.
증거인멸 행위의 죄책을 묻는 것은 국가 형사사법 기능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분식회계 자체가 사실이 아니므로 이를 처벌하려는 형사사법 기능 역시 침해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변호인들은 적어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만이라도 확인한 뒤 증거인멸 의혹 사건 선고를 내려달라고 호소해 왔다.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선고를 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해명'을 한 셈이다.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나열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의 공정성 시비, 이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 등 그간의 흐름이 열거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의 상장 등을 이용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승계작업의 성격이 있다'고 판시한 내용도 거론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의혹들의 실체를 판단하기보다는 '거론됐다는 사실'에 주목해 증거인멸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 의혹이 형사사건이 되리라고 예측할 수 있었고, 적어도 장차 수사·재판 과정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증거인멸 행위로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 임직원들이 'JY'(이재용 부회장), 'VIP', '미전실', '부회장' 등 키워드를 이용해 자료를 삭제한 것 등을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인멸된 자료들이 수사가 개시될 형사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선고 없이 증거인멸 사건의 선고를 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도 감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사건 공소장의 기재 내용 중 범행의 배경·동기 등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및 그에 관련된',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행된' 등의 문구는 직권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증거인멸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형사사건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형을 정할 때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오직 수사 개시가 예견된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해 국가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할 우려를 야기했다는 부분만 고려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형량을 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서 수 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이후 기소돼도 범죄 성립 여부와 법리 등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또 "피고인들은 삼성그룹이 2016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5회 압수수색을 당하고, 이후에도 7∼9월 21회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당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자료를 삭제하는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며 "이 주장에 경청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재판부는 "스스로 떳떳하다면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의 오해는 숨길 것이 아니라, 공개해 해명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이런 사정이 범행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만일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부하직원들이 상사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수행한 것이라면, 그것이 과연 세계적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 문화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