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선수'가 서류 걸러내고
선정부터 全과정 민간에 맡겨
취약한 경영지원·멘토링은 '과제'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사업이다. 기술보증기금 등 기존 정부 주도 방식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 대상 선정과 육성 과정을 민간에 맡겼다.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VC) 등 민간 투자사가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골라낸다.
지원 대상이 되면 추천 업체가 1억원, 정부가 최대 9억원을 투자한다. 기존 정부 지원사업의 맹점은 서류심사였다. 사업계획서, 결과보고서 등 내야 하는 서류가 많고 까다롭다 보니 ‘페이퍼 워크’에 능한 일부 스타트업이 지원을 독식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스타트업의 역량을 증명하는 수단을 ‘서류’에서 ‘현장 선수들의 감’으로 바꾼 게 팁스의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 대상 선정부터 육성까지 모든 과정을 시장을 잘 아는 민간 투자사에 맡기고 정부는 거들기만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팁스는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사에 2000억원에 팔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오픈엣지, 명함 관리 앱(응용프로그램) 리멤버 등이 팁스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지난 10월까지 총 56개 운영사를 통해 828개 창업팀이 배출됐다. 이 중 인수합병(M&A) 13곳, 기업공개(IPO) 2곳 등 총 15곳이 엑시트(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팁스 졸업 기업 가운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곳은 추가 지원을 받는다. 기술 상용화, 해외 진출, 마케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최대 5억원을 받게 된다. ‘포스트 팁스’ 선정 기준은 민간투자 10억원 이상 유치다. 팁스가 ‘도깨비방망이’인 것만은 아니다. 경영이나 마케팅 지원에 소홀하다는 게 스타트업들의 중론이다. 팁스에도 멘토링 서비스가 포함돼 있지만 대다수 멘토가 대기업 퇴직 임원이란 것이 문제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 나선 창업자와 대기업에서 20~30년을 보낸 퇴직 임원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멘토링이 ‘나 때는 말이야’ 식의 무용담 나열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