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 위한 교도소 교화라디오 현장 … '청취율 100%' 뒷 이야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당연히 안 받을거라는 걸 알지만 문득 생각이 나 당신의 핸드폰 번호를 누릅니다. 늘 꺼져있는 당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컬러링조차 들을 수 없지만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세상에 하나 뿐인 내 남자입니다. 그 남자의 컬러링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신청합니다."
"당신이 그 곳에 들어간지도 어언 7년. 갓난 아이였던 아들은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됩니다. 당신이 그곳에서 나오며 우리 정말 착하게 사랑하며 지내요. 죄를 지었고 사람들은 당신을 손가락질하지만 난 언제다 당신이 고맙고 존경하는 마음 그대로입니다. 죽는 날까지 당신의 아내였다는 걸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조규만의 '다줄꺼야' 부탁드립니다."
이같은 사연이 소개되면 100% 청취율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강제 청취' 라디오 방송이 있다.
교도소 내 울려 퍼지는 희망의 라디오.
매일 일제히 5만 5000명의 교도소 수용자들이 청취하는 교화 라디오가 그것이다.
과천 법무부에 위치한 교정본부 교화방송센터 스튜디오에서는 매일 수용자들을 위한 사연을 소개하고 좋은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고 있다.
교화방송센터내 감미로운 음악과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하는 아나운서는 2명이며 매일 다양한 코너를 통해 수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최미영 아나운서는 "라디오 방송의 목적은 재소자들로 하여금 사회에 있다는 느낌 들게 하는 것이다"라며 "사연을 보낸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어떤 죄를 지었는지 찾아보지 않고 사회 일원으로 대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어 "출소하고 나서 사연을 보내오는 분들도 있다"면서 "안에서 라디오 들으면서 힘 얻고 나쁜 생각 덜하게 됐는데 사회 나와서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사연을 보내올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경닷컴이 교화방송센터를 찾은 날 '12시의 면회' 깜짝 1일 DJ로 참여한 방송인 에바 포피엘은 "구치소 교도소에 있는 분들만 들을 수 있는 방송인데 그런 분들이 사회 나오기 전에 그 안에서 듣는 방송이니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면서 "다시 사회 나와서 열심히 살 수 있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 아나운서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교도소에도 이런 라디오가 있다는 것 처음 알게 됐을 것이다"라면서 "교도소 재소자들도 형을 마치고 나면 우리의 이웃,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된다. 그들이 이곳에서 느끼는 좌절감이나 상처를 내가 기억하는 음악과 사연으로 다독일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더 건전해질 거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교화 라디오다. 앞으로도 더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라디오방송을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