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팀 = '엑방원'(엑소·방탄소년단·워너원)이라는 신조어를 남긴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프듀) 101' 시즌2도 결국은 조작의 산물이었다.
지난 4일 공개된 '프듀' 조작 논란 관련 검찰 공소장의 하이라이트는 시즌2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에도 순위권 밖 멤버가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신드롬으로 불린 시즌2의 큰 성공이 결국 차기 시즌에 더욱더 대범한 조작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시즌1 아이오아이와 시즌2 워너원은 이미 프로젝트 활동을 마쳐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상황이다.
엠넷은 조작 이슈와 관련한 결말을 시즌3 아이즈원과 시즌4 엑스원을 통해 짓게 됐다.
◇ 시작부터 조작, 범인도 범위도 점점 늘었다 최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관련 공소장을 보면 조작의 주체와 범위가 점점 늘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오아이를 배출한 시즌1에는 안준영 PD 홀로 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기술됐다.
안 PD는 시즌1 방송 초반인 2016년 2월 1차 통과자를 선발하면서 시청자 온라인투표와 방청객 현장 투표를 조작, 61위 안에 있던 연습생 2명을 밀어내고, 61위 밖에 있던 다른 2명을 넣었다.
시즌2에서는 안 PD에 더해 김용범 CP(책임프로듀서)도 본격적으로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적시됐다.
안 PD는 1차 선발 과정에서 60위 안에 있던 연습생 1명을 60위 밖으로 밀어내고, 순위권 밖 연습생을 끼워 넣었다.
김 CP는 최종 생방송에서 데뷔권인 11위 안에 진입한 연습생의 득표수를 조작, 데뷔를 막고 순위권 밖 연습생을 데뷔시켰다.
시즌2의 대박 속 일본과 합작한 시즌3에는 앞선 두 PD에 더해 보조PD까지 합세했다.
세 사람은 최종 생방송 전 사전 온라인 투표 중간 결과를 본 후 아이즈원 콘셉트에 맞지 않는 연습생들이 있다고 판단, 이들을 제외하고 자신들만의 팀을 구성해두고 순위마저 정해놨다.
이 순위에 따라 연습생별 총투표수 대비 득표 비율도 정해놓다 보니, 문제의 '특정 배수'가 발생했고 이 '실수'가 시청자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시즌3에서 문자 투표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3천600만원이었다.
시즌4에서는 1~4차 투표에서 꾸준히 조작이 이뤄졌다.
특히 4차 투표에서는 이미 한 번 데뷔해본 '중고 신인'들이 데뷔권에 들자 이들을 제외하기 위해 데뷔조 11명을 미리 정해뒀다.
시즌4 역시 8천900만원의 문자 투표 수익금을 올릴 정도로 팬덤의 역할이 돋보였으나 결과적으로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은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시청자도 그룹도 피해자…엠넷 "수습" 발표 후 장고 연출자가 매니지먼트사들로부터 5천만원에 가까운 향응을 받고 조작을 자행하면서 '국프'는 물론 각 시즌을 통해 데뷔한 멤버들, 넓게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습생들까지 모두 피해자가 됐다.
시즌마다 수개월씩 매일같이 온라인 투표를 하고 마지막에는 유료 문자 투표까지 했던 시청자들은 '내 손으로 내 아이돌을 키운다'는 '프듀'의 모토에 속고 농락당했다.
심지어 시즌2부터는 '내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 모금까지 해가며 지하철·옥외광고를 한 팬들도 적지 않았기에 배신감과 허탈함도 크다.
시청자들로 구성된 '프듀' 조작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는 엠넷을 향해 "아이돌 문화를 수직 계열화해 대중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청소년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인권을 유린하며 저열한 조작 행위를 서슴지 않는 극악무도한 기업"이라고 날 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조작 논란의 화살은 활동 중인 아이즈원, 엑스원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들 역시 피해자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특히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한창 활동 중이었거나 이제 막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시점에 조작 논란이 터지면서 그룹 활동은 물론 앞으로 활발한 개인 활동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공소장에서 누가 '피디픽'(피디가 조작 행위 뽑은 멤버)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벌써 온라인에서는 해당 인물을 추측하는 글이 줄을 잇고, 피해는 모든 멤버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조작에 가담한 제작진 외) 다른 엠넷 방송관계자들은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꾸준히 강조하기는 했지만, 대중의 눈높이에서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엠넷이다.
엠넷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 수사와 재판 절차가 끝나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상 범위와 방법을 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엠넷 측은 6일 "공소장 내용을 아직 확인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 "아이즈원·엑스원 활동 불투명…소비자 보상이 문제" '신드롬'까지 낳았던 시즌2의 워너원마저 검찰 수사에서 '조작 그룹'으로 결론이 나면서 연예계에 미치는 파장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검찰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몇몇 워너원 멤버들의 이름이 올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워너원은) 보통 팀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이그룹이라고 보니까 굉장한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심각한 문제가 터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워너원은 계약으로 정해져 있던 활동을 마치고 해산했지만,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은 계약 기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소속사와 공모한 게 아니라면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밖에 없기 때문에 멤버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상적인 그룹 활동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멤버 중 원래 순위대로라면) 떨어지는 멤버도 있을 텐데 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룹이 유지되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엔 멤버들이 각자 활동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프로그램이 그래도 인지도를 만들어준 부분이 있어서, 개인 활동을 시도해봐야 하지만 섣불리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상 초유의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사태를 해결할 엠넷의 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유사 사례가 없어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 평론가는 "일부 소속사도 잘못이 있어서 아티스트에 대한 보상은 애매할 수 있다.
그보단 소비자(국민 프로듀서)가 문제인데, 팬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 평론가는 "불이익을 당한 사람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됐든, 향후에 출연 기회를 주든, 앨범 제작에 도움을 주든 보상을 주는 방식은 다양할 것 같다.
어떤 예술 작품들은 기괴하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불편한 작품이 아름다운 그림보다 관객의 마음에 훨씬 더 크게 와닿는다. ‘충격 요법’으로 감각을 깨워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열어주기 때문이다.프랑스 출신 작가 피에르 위그(63)는 이 같은 충격적이고 기이한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에 단골로 참가하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밥 먹듯 개인전을 여는 게 그 증거다.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전시는 여러 해외 매체에서 ‘2024년 최고의 전시’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다.그 전시에 나왔던 작품들을 지금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위그의 개인전 ‘리미널’(경계)에서 볼 수 있다. 베네치아 피노컬렉션 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이 공동 기획한 신작 등 최근 10여 년간의 주요작 12점이 나왔다. 그의 개인전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거장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명화는 좋아하지만 현대미술은 싫다’는 사람이 많다. 별것 아닌 작품을 장황한 이론과 설명으로 포장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리미널’은 이런 생각을 바꿀 만한 전시다. 배경지식이나 이론을 몰라도,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눈앞에서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전시는 미술관의 블랙박스 공간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관객은 자기 발조차 볼 수 없는 어둠에 압도당한다. 그렇게 잠시 걷다 보면 대형 영상 작품 ‘리미널’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기괴하게 움직이는 나체의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lsquo
오페라 가수 요나스 카우프만이 10년 만에 내한했다. 그는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독일어 오페라 징슈필, 푸치니와 베르디의 이탈리안 오페라, 비제와 구노의 프렌치 오페라, 성악가들의 커리어 마지막 종착지인 바그너 오페라까지 섭렵해 세계 최고 테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지난 4일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리더아벤트(리트독창회)가 열린 롯데콘서트홀 객석엔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카우프만은 2015년 첫 내한 콘서트 때 서른 번의 커튼콜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이날 카우프만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 흰 보타이를 맨 정갈한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첫 곡은 슈만의 ‘12개의 가곡’ 중 제3곡 ‘방랑의 노래’였다. 독일에서 온 가객(歌客)은 “자~아직 취기가 남아 있을 때 떠나자”라는 가사로 시작한 방랑가를 목이 덜 풀린 듯한 음색으로 노래했다. 제10곡 ‘고요한 눈물’에서 카우프만은 과장하지 않은 발성으로 목을 풀듯, op.25 ‘미르테 꽃’ 제1곡 ‘헌정’을 부를 때는 미동 없는 자세로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의 반만 들려주듯 각각 노래한 후 퇴장했다.두 번째 무대에서 몸이 풀린 듯한 카우프만은 리스트의 가곡 여섯 곡을 불렀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부를 때 그는 소리를 바깥으로 울려내기보다 몸 안 호흡의 압력만으로 음을 밀어내듯 노래했다. 3절에서 마이너풍으로 전개된 음악이 다시 희망을 찾은 후 외치듯 부른 가사 “O Gott”(독일어로 ‘오 신이시여’라는 뜻)의 고음은 이날 그가 들려준 첫 메조 포르테(mf) 음량 표현이었다.2부에서 카우프만은 브람스의 op.63 &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끊임없이 음악을 연구해 ‘건반 위의 구도자’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 음반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발매했다.유니버설뮤직은 백건우의 모차르트 3부작 중 마지막 음반인 ‘백건우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3’(사진)을 5일 발매했다. 이 음반사는 지난해 5월과 11월 이 3부작의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을 각각 선보였다. 이번 세 번째 앨범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중 감정선이 가장 복잡하다고 평가받는 환상곡 C단조를 비롯해 독일 무곡 6개,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 작은 장례식 행진곡, 론도 A단조 등을 담았다. 론도 A단조는 백건우가 지난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만난 모차르트 작품”으로 언급한 곡이기도 하다.앨범 표지에는 모차르트 음악 해석의 열쇠를 아이다운 순수함에서 찾으려는 백건우의 바람이 반영됐다. 음반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번 3부작 앨범의 표지 그림을 공모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3학년생인 이진형 군의 그림이 선정됐다. 백건우의 웃는 얼굴, 아래를 응시한 채 우수에 젖은 얼굴, 손가락을 얼굴에 올린 채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한 얼굴 등이 이진형 군의 그림으로 표현됐다.김동준 평론가는 앨범 내지에 담은 해설을 통해 “백건우는 이번 녹음을 통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기만 했을 뿐, 잘 알지 못했던 인간 모차르트의 초상화를 그려냈고 모차르트의 ‘사랑의 언어’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고 평가했다.앨범 발매에 맞춰 백건우는 이달부터 10월까지 ‘백건우와 모차르트’ 순회공연을 한다. 오는 8일 여수를 시작으로 밀양, 김포, 서울, 익산, 안동, 성남, 인천 등